초중등 교과서를 바꾸어라
초중등 교과서를 바꾸어라
  • 정재수
  • 승인 2007.12.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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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의 첫머리에 ‘나, 너, 우리’가 나오고 그 다음 장에 ‘가족, 아버지, 어머니’가 나온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아버지, 어머니, 나’만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는 없다.

중국의 교과서에는 ‘愚公移山(우공이산)’이 있다. 어느 노인이 집 앞에 큰 산이 가로막혀 있어 답답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산을 옮기기로 결심하고 산을 파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노인이시여, 무엇을 하십니까’ ‘산을 파서 옮기려고 하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내가 못하면 내 자식이 하고, 자식이 못하면 손자녀가 하면 되지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노인의 산 옮기기를 우화적으로 적어 놓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어리석은 노인일 수 도 있지만 십년, 백년, 천년을 보는 중국인의 대륙적 사고를 가늠해 볼 수도 있고, 자손만대의 ‘업’을 염두에 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미국의 교과서 첫머리에는 교통신호가 나온다. ‘빨간 신호등은 가지 마시오. 초록 신호등은 가시오.’ 이것은 시민 기초질서를 가르친다. 과연 미국인다운 국민정서의 표현이다.

일본의 교과서에는 ‘모이자. 모이자. 우리 모두 모이자.’가 있다. 국민 단결의식이 몸속에 배여 있다는 표현이다.

다시 한국의 교과서를 논의해보자. 옛날의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 첫머리에는 ‘철수야, 영희야, 바둑아, 나하고 놀자.’였다. 철수와 영희는 아마도 남매인 듯하고 바둑이는 그 집의 개로 표현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놀자’였다. 노는 것부터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몇 년 전 필자는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분석해 본 적이 있었다. 교과서 중에 ‘효도’나 ‘노인공경’, ‘집안어른에 대한 공경심’ 등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초등학교 국어, 도덕 교과서에는 ‘대략 1년에 2~3개 장(章)이 나온다. 중학교 교과서에는 ‘시민의식’중심이다. ‘시민정신’,‘공중도덕’을 강조한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아예 ‘노인공경’,‘효도’내용은 한 구절도 없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의 교과서에 ‘효도’, ‘노인’개념이 적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효도’, ‘효행’을 가르칠만한 교사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초·중등학교 교사가 ‘효’를 모르는데 어찌 학생들에게 ‘효’를 강의할 수 있겠는가.

2007년에 우리나라에 ‘효행장려법’이 통과됐다. 이를 기회로 첫째, 초·중등 교과서에 ‘부모의 은혜’, ‘효도를 해야 하는 당위성’, ‘전통의 가치로서의 효’ 등을 더 많이 삽입해야 한다. 기초교육에 효 정서를 함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효 실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공중 언론매체에서의 보도, 바람직한 효도방법, 효도의 현대적 해석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셋째, 효행을 실천하는 ‘효 실천지도사(가칭)’를 양성해야 한다. 효 실천지도사는 현직 유치원, 초·중등 교사는 물론이고 사회교육 담당자에게 효행에 관한 기본지식, 방법, 기치관 등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사실 현대사회가 효도를 생각할 만큼 한가한 사회가 아니다. 또 정치·경제적으로도 효도의 가치를 강조할 수도 없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부모에게 효성스러운 나라 대한민국의 전통이 우리나라를 21세기 문화대국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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