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건강은 五福-보험급여 지급 긴요
치아건강은 五福-보험급여 지급 긴요
  • super
  • 승인 2006.08.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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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 어르신들 건강생활 위해 꼭 필요하다

최근 동창회 모임에 나선 박종성(72)씨.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세상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박씨의 설렘은 소주잔을 한두 잔 기울이면서 곧 부러움과 시샘으로 바뀌고 말았다. “어버이날이라고, 아들이 새 이빨을 해줘서 뭘 먹어도 걱정 없다”며 신나게 돼지갈비를 뜯는 친구 때문이었다.

 

개당 몇 백 만원씩 들여야 하는 인공치아(임플란트)는 고사하고 틀니조차 부담스러워 엉성하게 몇 개 남은 이빨에 의지해 물 말아 밥 먹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왔다.

 

고기 맛을 본지가 언제였던가. 서글픈 마음에 박씨는 회식 중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노인들의 건강과 대인관계에 직결되는 치아. 박종성씨처럼 곤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틀니 등 노인의치에 대해 우선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관련 기관도 노인의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이르면 올 연말쯤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틀니 등 의치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많게는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재정을 들여야 하는데다 노인의치 외에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한 여타 진료과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0년 국민구강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 성인의 연령계층별 현존 영구치아수는 40대 중반을 넘어서 급격히 감소, 65~74세 노인층에서는 16.26개 정도만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5세 이상은 10.42개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65~74세 노인의 자연치아수도 1995년 16.9개에서 2000년 16.3개, 2003년 12.1개로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위아래 14개씩 모두 28개가 정상치다.


연세대 치과대학의 연구결과(2001년) 65세 이상 생활보호대상 노인은 평균 9.69개의 치아를 갖고 있었고, 조사대상 노인의 21%는 치아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틀니를 사용하는 노인 가운데 경제적인 사정으로 무면허 업자에게 시술 받은 경우가 43%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체계적 지원이 절실한 실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에 따르면 65∼74세 노인 가운데 80% 이상이 잇몸병을 앓고 있고,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70%가 의치를 필요로 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3명 가운데 2명은 틀니 등 의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치아의 부실은 영양분 섭취의 부실로 이어져 건강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정확한 발음, 외모의 변형을 불러 심리적 위축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치아건강이 치매와 관계있다는 연구결과는 노인의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를 강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일본 동북(東北)대학 치학연구팀의 조사결과 남아 있는 치아가 적은 노인일수록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 해마의 용적도 줄어들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대학 연구팀이 미야기현 센다이 시내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 1,1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강한 652명은 자기 치아가 평균 14.9개였으나 치매로 의심되는 55명은 9.4개로 적은 것으로 나타나 치아 개수와 치매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특히 69~75세 노인 195명의 뇌를 MRI로 촬영해 남아 있는 치아, 윗니와 아랫니의 맞물리는 치아 개수, 그리고 뇌 조직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치아가 적은 사람일수록 기억과 학습활동을 담당하는 해마 부근의 용적이 감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의사와 사고력 등 고차원적인 뇌기능과 관련된 전두엽의 용적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이유로 치아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의 고통은 이미 오래전부터 복지정책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돼 왔다.

 

대한노인회는 틀니 등 의치뿐만 아니라 보청기와 안경 등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보장구에 대해 포괄적으로 보험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한노인회는 지난 2003년 노인보장구 가운데 틀니 보험급여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논의의 출발점을 마련했다.


노인틀니의 보험급여화는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는 추세다. 과거 틀니 급여화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급여수가 등이 현실화된다면 언제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영주 보험이사는 “노인틀니 가격은 지역과 병원에 따라 다양한 편차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지만 서울의 경우 관행적으로 130만원 안팎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기준, 원가 등을 따져 적정한 보험수가를 별도로 연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2년에 한 차례 실시하는 건강보험 구강검진을 통해 노인틀니 급여대상자를 선별한 뒤 보건소에 등록, 진료권을 지급하고, 지원 상한액 내에서는 일정 비율만 본인이 부담토록 하는 한편 상한액 초과분에 대해서는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35명은 지난해 8월 65세 이상 노인의 의치, 보청기, 안경 등 보장구에 대해 의료보험을 적용토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및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노인의치 무료지원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키 위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지난달 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노인틀니 하나만 시행하는데 연간 5,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소위는 “보험료 인상 등 별도의 재정확보 수단이 병행돼야 하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보험급여) 보장성 강화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나마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2년부터 7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가운데 틀니가 필요한 노인에 한해 무료 지원하는 ‘노인의치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2012년까지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어서 최악의 경우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노인틀니에 대한 지원을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4년 12월,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2005년도 건강보험 급여확대 대상항목’을 결정하면서 노인틀니에 대한 보험급여화 논의를 시작해 현재 여타 급여 필요 대상 진료과목들과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손영래 사무관은 “노인틀니의 경우 어르신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키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며 “노인틀니는 어르신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인 만큼 일정한 기준을 두더라도 현재 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며 보험급여 지급여부는 연말쯤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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