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가치기준
우리들의 가치기준
  • 정재수
  • 승인 2008.01.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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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즉 아(我)는 반드시 나 한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가족과 이웃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아군(我軍)이라고 할 때 ‘아’는 내가 속한 군대를 뜻한다. 우리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 철학적으로 자아(自我)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타아(他我)가 없이는 자아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서양인들도 비슷하다. 말끝마다 내 아버지, 내 집, 내 딸 이런 식으로 나만 강조하지만 철저하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나’를 중시한다. 그래서 집 앞 정원 잔디를 깎고,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면 엄격하게 다룬다.

선진국이냐 아니냐는 ‘나’라는 개념을 어떻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산업경제의 발전 등 여러 면이 기준이 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태도다.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출범을 지켜보며 우리 국민도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대와 희망을 갖고 지켜본다. 3개월 정도 지나면 평가를 하기 시작하는데 후진국적인 사고방식은 오직 자기집단, 자기 개인의 욕심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럴 때 조급증을 냈다가 자칫 졸속과 부조리와 편법이 횡행하기 십상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고 있기도 하다. 태안의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후 방제작업에 나선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다. 넓은 의미의 아(我)가 바로 이런 것이다. 아군, 아해, 아국…. 그렇기 때문에 국민적 에너지가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방제작업을 보는 세계 환경전문가들도 놀라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을 바라보는 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증거다.

노인회 지회 운영을 할 때도 참고할 만하다. 사무국이나 총무부에서 부(部)·국(局) 우선주의나 이기주의가 작동하는 경우 대외적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다. 대의명분을 고려하지 않고 수중에 들어온 돈을 움켜쥐기만 하거나 복지부동하면 그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간다.

우리들의 공동가치에 대한 헌신, 이웃에 대한 봉사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넘어진 자전거를 치워 보행로를 열고, 설거지할 때 물을 아껴 쓰거나 세제 사용을 줄인다는 생각만으로도 족하다. 환경, 교통, 청소년 보호, 불우이웃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며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도 사회의 어른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는 일. 다음 정권에 거는 기대가 크다면 그만큼 우리가 공적 이익, 공적 가치에 충실한 선진 국민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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