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후반전과 인저리타임에서-남은 인생 하고픈 일로
인생후반전과 인저리타임에서-남은 인생 하고픈 일로
  • super
  • 승인 2006.08.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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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뿌리치고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 산골에서 ‘북 카페’를 열고 있는 김종헌(金鍾憲) 사장.

 

김 사장의 이야기는 중앙 일간지와 여성지, 그리고 TV에서 워낙 많이 다뤄 새삼스런 소개가 불필요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보편적인 사람들의 인생후반전과도 너무나 다른 특이한 케이스여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화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세대가 워낙 예측불허 하리만큼 가변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개성 있는 삶을 강조하는 시대이기도 해 앞으로 제2, 제3의 김 사장 케이스가 얼마든지 나올 것으로 보여, 그의 파격적인 변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김 사장은 2002년 가을까지만 해도 국내 대표적 여성속옷 제조업체인 비비안(현 남영L&F)의 사장이었다. 27년 근속에 연봉은 억대였다. 당시 그의 나이 56세.

 

회사 오너의 신임을 단단히 받고 있는데다, 정년도 많이 남아 누구나 부러워하는 위치에 있었다.

 

한번 신나게 살려고
그런 그가 사표를 내며, “북 카페(Book Cafe)를 차리기 위해 그만 둡니다”란 이유를 대자 오너 회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고 한다.

 

“대체 북 카페가 뭐하는 곳이길레 10년을 더 다닐 수 있는 직장을 그만두느냐”고, 그는 “남은 인생,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신나게 살렵니다”라고 속으로 대답하며 사퇴를 관철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북 카페에 대한 열망은 80년대 초반, 그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지점장으로 있을 때 싹텄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책 수집광이었다.

 

그런 그가 뒤셀도르프의 오래된 방앗간에 꾸며져 있던 독일의 고급 레스토랑 모습과 그곳 성주가 쓰던 서제를 리노베이션 한 식당에 감탄하면서 “야!, 나도 훗날 이런 멋진 북 카페를 열고, 살아야지!” 한 데서 오늘의 변신이 있게 된 것이었다.

 

아내의 변신도 일조
때마침 아내 이영숙씨가 독일생활에서 제빵기술을 익히기 시작한 것도 뒷날의 꿈의 결실을 위해 일조가 되었다.

 

오히려 아내의 적극적인 제빵기술 습득과 일취월장한 빵요리기술이 남편 김 사장이 결단을 내리는데 자극제가 되었다는 것이 옳았다.

 

귀국해서도 김 사장은 취미인 고서수집에 꾸준히 열중했고, 아내는 익힌 제빵기술을 실전을 통해 널리 보급할 기회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렇게 꿈을 익혀오기 20여년 만인 2002년 가을, 드디어 강원도 홍천에 그들만의 인생후반전 실전장이자 노후생활공간인 ‘피스 오브 마인드(마음의 평화)’란 아담한 북 카페를 열기에 이른다.

 

자연 속에 동화되어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장평리의 아로마 허브랜드 단지 내에 있는 그의 북 카페에는 이들 부부의 특이한 변신을 궁금해 하거나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주말이면 친구들이 몰려와, “야, 너만 즐겁게 살 게 아니라, 우리도 재미있게 말년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줘”하며 떼를 쓰기도 한다.

 

그들에게 부부는 격의 없는 컨설턴트 역할도 맡는다. 카페생활도 어느덧 4년차. 이제 60줄에 들어선 김 사장은 카페 청소, 차 서빙, 장작패기, 군불 때기, 등 어느 것 하나 익숙하게 처리하지 않는 게 없다.

 

언제나 손님맞이로 바쁜 가운데 책을 읽고 빵을 구우며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소리, 개울물소리에 취하다 보면 하루해, 한 달, 한 계절이 속절없이 간다. 누구나 발상을 바꾸면 즐거운 노년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정시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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