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고령사회의 존재와 소유
장수고령사회의 존재와 소유
  • 정재수
  • 승인 2008.01.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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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

인간사회의 이상향으로 유토피아(utopia)를 가정한 토마스 모어는 그 사회 구성원인 인간에게 평등성을 부여했다. 누구나 노동에 정기적으로 종사해야 하며, 사회적 규범에 제약 없이 무엇이든지 필요하면 가져다 쓸 수 있고, 서로 만나서 생활할 수 있음을 가정했다.

그 결과 이상향에서의 인간의 권리와 의무는 산술적 평균에 의한 평등성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바람직한 미래의 복잡한 사회에서 이러한 단순 산술 평균적인 인권이 적용된다면 사회는 정체되고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발전적인 측면에서의 세상 변화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 각자의 본질적 신분에 대한 시대적 개념의 변화와 추상적 기대치 차이는 아직도 정리되어 있지 못하다. 이러한 단계에서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자.

모나드는 절대적으로 단절돼 있고, 각각 특이한 성격을 가지며, 독자적 발동성을 가진 완전 개체이다.

모나드설에서 우리는 개인의 독자성이 보장되나, 개인에게 있어서 명예는 무의미하다. 명예심은 남에게 인정받기를 즐기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모나드는 오직 홀로 있는 고독한 존재이다. 적어도 미래 바이오토피아의 세계에서 사회구성원 하나하나가 모나드와 같이 대등한 독자성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추세인 것 같다.

전자화, 인터넷화 되는 세상에서 직접적 접근이 필요 없어지면서 상대에 대한 존경이 격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독자성과 자유성은 크게 강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개개인의 소유의 문제이다.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재산을 확대해 가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삶에 대한 강한 모티브를 제공하면서도 이로 인해 많은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고 있음을 본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존재 이유가 바로 소유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다른 생물과 달리 스스로 도구를 제작하여 자연을 지배하려고 하는 도구인(Homo Faber)으로 시작하여, 제작된 물질과 재물을 소유하려는 경제인(Homo Economicus)으로 진전되었다. 나아가 인간은 물질의 소유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을 지배하려는 정치인(Homo Politicus)이 되고자 하고 있다. 반면 이와 같은 소유욕보다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은 사회인으로서 예지를 갖추고(Homo Sapiens), 예술을 즐기는(Homo Artifex) 여유를 가질 수 있으므로 다른 동물과 크게 구별되고 있다.

인간의 인간다움-사람으로서의 가치는 바로 도구를 사용하여 경제와 정치를 추구하기만 하지 않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유를 가질 때 구현되며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된다.

그렇다면 이상적 생명사회에서의 소유의 형태는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인가? 실제 생체분자의 경우에는 소유라는 개념은 없다. 오로지 존재의 양과 질, 그리고 양태와 관계가 문제이지, 다른 분자를 소유한다는 것은 없다. 일정하게 존재하고 활동할 공간만 주어지면 생체분자는 만족이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부릴 수도 없다. 바로 이와 같이 더 이상 욕심을 부릴 수도 없는 사회-사회적으로 일정수준에서 만족을 느끼고 행복을 찾는 바이오토피아의 세상이 바로 미래사회이다. 모나드의 독자성이 인정되면서도 상호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사회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독점이라는 또는 과대한 욕심이라는 개념이 배제되어야하며 기계적 단위적 관계가 아닌 따뜻하고 뿌듯한 삶의 진정한 모습들이 강조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100세 장수인들의 담담한 삶의 모습을 본다. 재산에 대한 욕구보다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이 충족되기를 바라는 겸허한 태도를 보면서 장수한 사람의 인간적 면모를 배운다.

바로 이러한 미래 생명사회에서의 존재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소유의 헛됨과 무소유의 유연함을 본다. 소유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적 관계를 극복하고 독자성을 인정해주는 사회를 구현함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래 사회 구성원의 존재 의의는 서로 평등하고 각자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데 있으며, 무의미한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사는데 있다.

제대로 장수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도 이러한 노력은 절대 필요하다. 장수하신 분들의 무소유의 소유적 태도,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서로 나누려는 삶의 모습은 그림 같기만 했다. 누구나 장수를 구가할 수 있는 세상이 바로 참된 사회가 아닐까. 따라서 참된 사회를 완성하기 위하여서는 모든 구성원 각자가 참되려고 노력하는 사회. 성자천지도야, 성지자인지도야(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여야 하며, 그것이 바로 바이오토피아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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