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과 타지마할
황혼이혼과 타지마할
  • 정재수
  • 승인 2008.01.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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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가 통상 말하는 백년해로(百年偕老)는 거짓말이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현상이다.

부부가 100년을 함께 산다는 것은 힘들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오늘날에도 백년(百年)을 해로(偕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부부가 같이 백년을 산다는 것이 축복일까, 저주일까. 아마도 금슬이 좋은 경우에는 축복일 수도 있고, 원수 같은 사이라면 저주일 수도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6년 현재 출생이 45만여명, 사망이 24만여명, 혼인이 33만2000명, 이혼이 12만5000명이다. 단순하게 결혼 대비 이혼율은 37.6%이다.

물론 결혼은 한참 전에 한 것이고 이혼은 ‘현재 상황’으로 판단해서 대비가 안 될 수도 있는 통계이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혼건수 중 젊은이들의 이혼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는데 황혼이혼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혼의 원인으로는 부부간 성격차이가 전체의 절반수준인 49.7%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인 문제 34.6%, 가족 간 불화 8.9%, 배우자 부정 7.6%, 정신, 육체적 학대 4.5% 순이었다.(2006년 통계청 자료)

이혼형식은 협의 이혼이 86.7%를 차지했고, 재판이혼은 13.1%인 것으로 보아 노년층의 이혼도 대부분 협의이혼일 것으로 판단된다. 부부가 평생을 살다가 이혼을 하면 더 불행해질까? 아니면 ‘불행한 현재 진행형’을 종식시키는 것 일까?

여기서는 필자가 여행을 했던 인도의 타지마할 얘기를 하고자 한다. 타지마할은 최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정된 곳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유명하다. 타지마할은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州)의 아그라 성(城) 동쪽 2km에 위치한 곳으로, 자무나 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만들어진 궁전형식의 묘당(墓堂)이다.

타지마할이란 인도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왕비가 죽자 그녀를 잊지 못해 지은 무덤이다. 왕비는 19년의 결혼생활 중 14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이 전쟁을 수행하던 중 전장에서 아이를 낳다가 사망했다. 그녀는 죽으면서 남편에게 두 가지 유언을 남겼다.

첫째, 날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지어주시오.

둘째, 재혼하지 말아주시오.

샤자한 황제는 재혼을 하지 않았고, 또 유언을 지키기 위해 22년간 국가의 재정이 흔들릴 정도로 거액을 들여 묘당을 완성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불러온 2만여명의 석공들로 하여금 그야말로 아름다운 왕궁 같은 묘지를 만들었고, 그 안에 금은보화, 미술, 공예품을 소장토록 했다.

타지마할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태양이 비추는 낮에는 대리석을 투조한 빛이 2중 장치를 통해 돔 내부에 이르도록 설계돼 있어 웅장함과 함께 조화가 잘 되고, 달밤의 타지마할은 그 아름다움이 극치에 이른다. 타지마할에는 샤자한 왕과 생전에 애타게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부인 뭄따즈 마할이 함께 묻혀있다.

샤자한 황제가 왕비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타지마할이라는 불후의 건축물을 지은 정성, 그러나 조그마한 문제로도 이혼해버리는 현대인의 결혼관. 둘 사이의 차이를 가늠해 보면서 우리는 너무 쉽게 이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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