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비자금 의혹 중심에 선 e스포츠협회
롯데홈쇼핑 비자금 의혹 중심에 선 e스포츠협회
  • 라안일 기자
  • 승인 2017.11.08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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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협회장이었던 전병헌 정무수석측 수사

[백세시대=라안일 기자] #2015년 여름 롯데홈쇼핑이 갑작스레 e스포츠대회를 후원하자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생뚱맞다’는 글이 빈번히 올라왔다. 2013년도부터 대회 후원과 현장에서 음료를 지원한 롯데칠성음료가 아닌 롯데홈쇼핑이 후원사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검찰이 롯데홈쇼핑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2015년 4월 사업 재승인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2015년 스포츠협회에 후원한 수억원에 대해 대가성이 있었는지 들여 보겠다는 것이다.

e스포츠협회가 롯데홈쇼핑 비자금 의혹의 중심에 섰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7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협회장으로 있던 상암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실과 의원시절 보좌관 윤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윤모씨와 함께 관련자 3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협회에 후원한 3억원에 대해 대가성 여부를 들여 보고 있다. 협회 사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가 쟁점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5년 7월 열린 ‘케스파(KeSPA)컵’ 시즌 2 메인스폰을 맡았다. 롯데홈쇼핑과 협회 등을 취재한 결과 당시 협회에서 후원을 제안해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강화를 위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모바일을 주로 이용하는 20~30대를 겨냥했다는 게 롯데홈쇼핑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시 후원이 재승인 대가성이 아닌 마케팅 일환이었다는 입장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e스포츠 후원에 대해서는 케스파컵 시즌 2 이전에도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사항”이라며 “당시 내부보고를 통해 결제한 뒤 마케팅부서에서 진행했다. 당시 협회의 제안을 받고 모바일에 드라이브를 걸 때여서 젋은층에 어필하고자 (후원을)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승인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4월 사업 재승인을 받았고 6월에 검토 뒤 후원을 결정해 대가성은 아니다. 로비였다면 재승인 이전에 하지 않겠나. 의혹대로라면 멍청하게 로비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또한 당시 야당의원이었던 전 수석이 재승인 관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협회는 롯데홈쇼핑 후원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이나 편법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대회운영비를 제외한 후원금 용처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 다만 이사회에서 다뤄진 사항으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당시 e스포츠의 인기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롯데홈쇼핑이 후원한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스타2는 승부조작사건으로 내홍을 겪은 전작인 스타1에 비해서도 인기도가 낮았다.

이 때문에 2012년도부터 2016년 e스포츠 공식종목에서 스타2가 배제될 때까지 리그 및 단일 대회 후원은 게임단 모기업 또는 계열사가 도맡았다.

실제로 2013년도부터 2016년까지 스타2 프로리그는 게임단을 운영하던 SK텔레콤이, 2012~13시즌은 SK계열사인 SK플레닛이 후원해 이뤄졌다. 또한 2015 케스파컵 시즌1도 게임단을 운영하는 KT가 10여년만에 다시 후원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게임커뮤니티 등에서도 후원사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리그 운영에 대한 우려가 높았었다.

이런 가운데 e스포츠와 접점이 적은 롯데홈쇼핑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e스포츠 주 소비층은 10대와 20대 그리고 좀 더 넓히면 30대까지로 본다. 그동안 대회 후원은 게임단이 속한 그룹의 계열사 또는 젋은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들이 자주 맡았다.

에너지음료 ‘핫식스’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롯데칠성은 ‘핫식스 LOL 챔피언스 섬머 2013 결승전’을 비롯해 다양한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대회장 관객들에게 핫식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자사 제품을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핫식스 주 소비층이 e스포츠 소비층과 겹쳐 높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이와 달리 e스포츠와 연관성 등 맞닿아 있는 부분이 적다. 또한 후원 이전에도 회사 내부에서는 e스포츠 지원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고 했지만 당시 후원을 끝으로 e스포츠와의 연계는 없어 이 같은 해명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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