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1.10 10:50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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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종영한 SBS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찬스’를 끝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렇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무명 가수와 기획사에서 선발한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방영된 Mnet ‘프로듀스101 시즌1’과 지난 6월 종영된 ‘시즌2’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일명 ‘재데뷔 오디션’이 가수 선발 프로그램의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KBS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과 JTBC ‘믹스 나인’이 방영과 동시에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제2의 오디션 붐이 일고 있다. 
결은 다르지만 푸드트럭에 도전했다가 실패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모아 재교육을 시켜 성공의 길로 이끌어준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도 이 범주에 넣을 만하다. 이 방송에서 숱한 프렌차이즈 음식점을 성공시키며 요식업계 대부로 불리는 백종원은 도전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파는 음식이 맛있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 플러스알파가 더해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가수도 마찬가지다. 청각보다는 시각을 더 중시하는 현재 음악계 경향을 보면 노래만 잘해서 성공할 수 없다. 기존 가수 오디션에서도 가장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우승하진 않았다. 매력적인 외모도 필요하고 팬들을 사로잡는 ‘한방’이 있어야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 한다. 한 여성그룹은 팬이 찍어 올린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수년간 무명생활을 끝냈지만 이를 따라한 다른 가수들 중 재미를 본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즉 운으로 성공한 거다.

중국의 마윈은 ‘알리바바’를 세계적인 쇼핑몰로 성공시키기까지 8번의 실패를 겪었다. 중국은 실패해도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보다 도전을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 몇 년간 중국이 놀라운 성장률을 보인 원동력이 됐다. 
다만,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재도전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 2014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실패경험은 중국 2.8회, 미국 2.8회인 반면, 한국은 1.3회다. 우리나라에선 한번 실패하면 사실상 끝이란 소리다.

‘재데뷔 오디션’의 범람은 바람직하진 않다. 그래도 다시 기회를 잡은 가수들이 이번엔 도약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문화,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한 은행의 광고카피처럼 한 번 실패했으니까, 그래서 더 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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