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주의는 고령화 사회의 적
연령주의는 고령화 사회의 적
  • 최성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 승인 2017.11.10 10:56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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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을 기준으로 판단해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심는 

연령주의 개선 시급

60세 이상을 새 성장동력 삼아

저출산·고령화 사회 부담 해결을

연령주의(ageism)는 연령을 기준으로 판단해 노인과 노화(노화과정)에 대해 사실과 다른 편견을 가지거나 부정적이고 차별적 태도가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노인과 노화과정에 대해 잘못된 상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대부분 노화를 단순히 연령 즉 시간의 경과나 생물학적 측면에 한정해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생물학적 노화도 사실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 및 사회적 노화에 대해서는 더구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연령으로만 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노인을 여러 측면에서 차별하는 경우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주의는 바로 ‘노인’이라는 말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60대 이상 사람들은 ‘노인’이라는 말을 듣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싫어하고, 거부하고, 심지어는 거세게 반발하기도 한다. 노인이라는 말은 ‘쓸모없고, 능력 없고, 힘없고, 부담이 되는 존재’로 낙인찍는 말이 되고 있다. 

연령주의는 우리사회에서 지난 20~30년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50대 후반 늦어도 60대에 들어서면 노인으로 인정되면서 노인 아닌 노인이 되어 버리는 조로(早老)현상이 나타고 있다. 이 연령주의는 청년층, 중년층은 물론 노년층에도 심각할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연령주의는 사회․경제․문화적 여건이 급변하는 발전과정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사회․경제․문화적 여건 외에 우리사회에서 연령주의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 

첫째는 실력이 따르지 못하는 권위주의 의식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유교적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연령에 연계된 권위주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지배적이라 할 수 있다. 급속하게 변화는 지식과 기술을 따라잡으며 실력을 갖추지는 못하면서 나이, 선배, 직위 등을 앞세워 권위를 유지하려는 의식과 태도가 연령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둘째, 연령과 연계돼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진보 대 보수 의식이다. 우리사회는 현대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의 정치적 및 사회적 갈등 속에서 진보는 발전과 민주화, 보수는 현상유지나 기득권 유지 또는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진보는 젊음, 보수는 늙음으로도 인식되어 젊은 세대 또는 비노인 세대는 기성세대 내지 노인세대에 대한 은근한 반감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반감이 연령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셋째, 고령층이나 노인층의 자신에 대한 관리 소홀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중년기 후반기나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 일에 등한히 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외모나 대인관계 행동에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새로 배우려는 겸손한 태도도 부족해 노인층은 비노인 세대들에게 외형상 매력이 크게 떨어지고 같이 어울리기 어려운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연령주의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연령주의는 비노인층이 노인층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지만 비노인층 자신도 장래 노인층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기에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올해부터 60세 이상 고령자는 1000만명을 넘었고,  65세 이상 노인도 700만명을 넘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급증하는 고령자를 이제는 공적연금이나 공공부조와 같은 복지제도로는 부양할 수가 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저출산으로 줄어드는 생산가능 인구를 이민, 외국 고용, 여성인력으로 메워 나가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급증하는 고령인구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60세 이상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新成長動力)으로 삼는 것이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은 10년 전에 비하면 10세 정도나 젊어지고 있고, 이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은 사회적 자산이고, 이들을 계속 교육·훈련시키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생산인구가 될 수 있다. 선진국은 고령화에 대비해 정년 제도를 폐지하거나 정년을 연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60세 이상 법정 정년을 제대로 지키기에는 너무나 장애요인이 많다.

60세 이상의 고용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연령주의다.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차별을 철폐하거나 개선한다면 고령화 사회 부담은 별로 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다. 계속 늘어나는 60세 이상 고령인구를 생산현장에서 배제하여 줄어드는 생산인구가 낸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로 고령화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확실하다. 

심화되고 있는 연령주의를 개선하거나 배격하고 고령인구를 생산의 동력으로 활용하지 않고서는 고령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연령주의는 고령화 사회의 적이 되고 있다는 인식 하에 기업인, 정책관료,  정치인 그리고 일반국민 모두 노인과 노화에 대한 사실을 올바르게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연령주의의 개선과 배격은 노인과 노화에 대한 사실을 올바르게 아는 것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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