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햇빛
많고 많은 구름 뚫고
힘들게 나온 햇빛
고생 했어
하동우(경남 고성 철성중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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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뚫고 나온 한 줄기 빛. 눈부시다. 눈부시다는 것은 얼마나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가. 수많은 구름을 뚫고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저토록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가 태양 말고 또 있을까. 하지만 구름에 가려졌을 때는 누구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것일 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싶고,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더 빛나는 존재라는 걸 어필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무얼 알까 싶어도 이야기를 나눠보거나 글을 읽어보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사고를 하고 있어 놀랄 때가 많다. 구름 사이 힘들게 나온 햇빛에게 고생했다고 다독여줄 줄 아는 마음을 어찌 철없다 귀 기울여 주지 않을 것인가. 개구쟁이 짓을 하는 이면에는 저렇게 따뜻한 심성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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