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꾼’ 희대의 사기꾼에게 사기치는 진짜 ‘꾼’들의 활약
영화 ‘꾼’ 희대의 사기꾼에게 사기치는 진짜 ‘꾼’들의 활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1.24 14:39
  • 호수 5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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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번 작품은 사기꾼이 사기꾼을 잡는다는 설정을 가미해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번 작품은 사기꾼이 사기꾼을 잡는다는 설정을 가미해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조희팔 사건’ 모티브로 한 범죄영화… 현빈·유지태 등 호화 캐스팅   

사기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 반전 거듭하며 통쾌함 선사

[백세시대=배성호기자]지난해 말 개봉해 700만명을 동원한 ‘마스터’는 5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로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현실에서 조희팔은 끝내 잡히지 않았지만 마스터에서는 처절하게 응징을 가하면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지난 11월 22일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또 하나의 영화가 개봉했다. 다만 모티브만 같고 세부 내용은 전혀 다른 영화 ‘꾼’은 사기꾼이 사기꾼을 잡는다는 설정을 가미해 침체된 한국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현빈, 유지태 등 인기배우가 총출동해 화제를 모은 ‘꾼’이 개봉했다. 작품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에게 돈을 떼인 서민들이 자살하고 절망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해외로 도망친 장두칠은  도피 생활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흘린다. 그러나 장두칠을 해외에서 봤다는 목격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고, 돈을 받고 그를 비호했던 권력자들이 의도적으로 풀어준 거라는 ‘설’이 확산된다.

이 소식은 황지성(현빈 분)에게도 흘러 들어간다. 그는 장두칠을 돕다가 의문의 자살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복수심에 불타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비상한 사기꾼이 됐다. 혼자서 장두칠을 추적하는데 능력의 한계를 느낀 황지성은 극의 또 다른 핵심인 박희수(유지태 분) 검사와 손을 잡는다.

검사로서 승승장구하며 앞길이 창창했던 박희수는 ‘장두칠 담당 검사’라는 꼬리표와 함께 그를 놓쳤다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을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수식어들을 떼어내기 위해 황지성과 함께 손을 잡고 장두칠을 잡을 계획을 짜기로 한다. 여기에 평소 비공식적으로 박희수를 돕던 사기꾼 고석동(배성우 분), 김 과장(안세하 분), 춘자(나나 분) 등이 합류해 장두칠 추적에 나선다.

함께 판을 짜고 팀플레이로 움직이지만, 박희수는 다른 목적을 갖고 또 다른 작전을 은밀하게 세운다. 이를 눈치 챈 황지성과 다른 사기꾼들도 서로 속지 않기 위해 각자만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황지성과 박희수를 양축으로 한 팽팽한 기싸움과 두뇌싸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작품은 최근 한국영화의 유행처럼 번지는 ‘케이퍼무비’(Caper movie)의 공식을 따른다.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케이퍼무비는 ‘도둑들’, ‘기술자들’, ‘마스터’ 등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르다. 그만큼 관객들에게는 식상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작품은 몇 가지 차별점을 통해 이를 영리하게 피해간다. 먼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 10여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명의 돈을 가로챘다. 경찰에서는 사망으로 발표했지만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영화는 현실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울분을 케이퍼무비를 통해 통쾌하게 풀어준다.

또 사기꾼은 사기꾼이 알아본다는 발칙한 상상도 인상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을 벗어나는 사기꾼들의 세계를 유쾌하게 그려내며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들의 특색있는 연기도 극의 재미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성실하고 올곧은 이미지였던 현빈은 능청스러운 프로사기꾼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다. 그는 황지성으로 분해 전체 판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은 물론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완벽한 사기를 위해 특수 분장까지 소화하는 영리하고 세련된 사기꾼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사기꾼들과 손을 잡는 검사 박희수 역을 맡은 유지태의 양극단을 오가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각종 비리에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 정의로운 검사로 알려져 있지만, 이면에는 끝없는 권력욕을 지닌 복잡한 인물인 박지수를 연기해 극의 또 한축을 지탱한다. 선한 웃음을 짓다가도 살기를 띤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유지태의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는 관객의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주연 배우들이 무게 중심을 잡았다면 조연들은 극의 웃음을 책임진다. 배성우는 ‘고석동’으로 분해 사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만큼 모두를 속여넘기는 연기로 분위기를 띄우고, ‘춘자’를 연기한 나나 역시 매혹적인 미모와 빠른 손기술로 보는 이를 현혹하며 관객을 즐겁게 한다. 또 은밀하게 정보를 빼내는 뒷조사꾼 ‘김 과장’ 역의 안세하는 감초같은 애드리브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장두칠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는 ‘곽승건’으로 분한 박성웅은 철두철미해 보이다가도 어설픈 유혹에 넘어가는 반전 매력으로 큰 웃음을 선사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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