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④-요양용품 수급, 이대로 괜찮은가?
신년기획④-요양용품 수급, 이대로 괜찮은가?
  • 이미정
  • 승인 2008.01.28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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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폭증 예상 불구, 국내 시장은 글쎄”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어르신들의 수발에 필요한 각종 요양용품에 대해 큰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그러나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국내 요양용품의 규격과 안전을 담보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일본 및 중국, 대만 업체들에 밀려 자칫 국내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속히 제품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인증을 위한 규격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요양보험, 요양용품 수요 급증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 자택이나 시설에서 어르신들의 수발에 필요한 변기, 침대, 목욕용품 등에 대해서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돼 저렴한 가격으로 이들 요양용품을 구입 또는 임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요양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고령친화산업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01~2006년 서비스업 구조변화 및 특징'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로 2006년 유아용품 소매업 매출액은 지난 2001년에 비해 26% 감소했다.


반면 노인용품전문점의 매출액은 5231억원으로 5년 전보다 40% 가까이 늘었고, 특히 노인복지시설업은 같은 기간 무려 4.3배, 326.3%나 급증했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2005년 추산한 결과 고령친화산업의 시장규모는 2002년 6조4000억원에서 2010년 31조원으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됐다.

▶ 소비자원 안전시험 결과 보완 시급


고령친화산업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걸음마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7년 보건복지부가 한국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에 의뢰해 작성, 발표한 ‘고령친화제품 실태조사 및 초기시장 육성전략'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령친화제품 제조 및 판매업체는 모두 260여개(제조업 177개, 수입 73개, 제조.수입 병행 10개)로 나타났고, 시장규모는 2005년 기준 5923억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연매출이 10억원 이하인 곳이 전체 51%, 10~30억 26% 등으로 나타나는 등 규모가 영세해 기술개발과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입제품이 점차 국내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이 인터넷 및 일반매장에서 구입한 고령자용 지팡이·보행차·보행보조차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시험한 결과 품질관리 및 안전규격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팡이 7개 제품을 대상으로 시험했더니 손잡이 굽힘 시험의 경우 4개 제품이, 휘어짐 시험에서는 2개 제품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자용 보행차 5개 제품의 시험결과, 피로강도(내구성) 시험에서 1개 제품이 안전기준에 부적합했으며, 주차브레이크 작동 및 해제력 시험에서는 3개 제품이 주차브레이크 작동시 과도한 힘이 필요해 품질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 중국.일본산, 발빠르게 시장 진입


현재 국내 요양용품시장은 발빠르게 중국 및 일본산 제품들이 석권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과 일본의 중고제품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국산품의 설자리가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들의 품질이 최근 크게 향상돼 ‘저가고품질’ 전략으로 국내 노인복지용구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유럽 등 이미 고령화와 장기요양보험을 경험한 선진국 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휠체어의 경우 스웨덴 제품은 최고 300만원에서 최저 30~40만원까지 다양한 제품이 마련돼 있고, 일본산은 20~30만원, 국산 10~20만원, 중국산 10만원 이하의 가격대가 형성돼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산의 경우 일본산보다 품질은 떨어져도 가격이 10% 대에도 미치지 않아 주요 구매 품목을 석권하고 있다. 침대, 휠체어, 욕창방지 매트리스 등을 제외하면 국산품은 거의 생산되지 않아 중국산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원의 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노인복지용구를 포함한 의료기기 시장은 IMF 이후 지나친 정부규제로 인해 제조업의 씨가 마르고 있다”며 “이를 틈타 중국 업체들이 고품질로 국내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데다 장기요양보험을 노린 일본 업체들마저 속속 진출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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