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생명, 추가자본 확충은 ‘밑 빠진 독 물 붓기’
현대라이프생명, 추가자본 확충은 ‘밑 빠진 독 물 붓기’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7.11.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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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비율 급락, 후순위채 등 발행과 대주주 유상증자 추진

경제개혁연대 “대주주 부담우려…정태영 부회장 책임 집중”
지급비율 100% 밑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 조치’ 받게 돼
부실화 우려 속 1천억원 규모 자금조달 가능 여부 ‘회의적’
현대모비스 등 대주주 계열서 추가 지원 신중히 결정해야
자본확충 한계 분명 ‘임시방편’…부실화 시, 부당지원 문제

[백세시대=이진우 기자] 현대라이프생명의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또다시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 등 대주주 계열사들이 추가지원에 나설 경우 그룹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보험영업수익 5975억원,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 각각 -74억원, -90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 2012년부터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현대라이프생명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1천억원대 규모의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은 9월말 현재 기준 RBC(보험회사 지급여력) 비율이 148%로 금융위 권고기준인 150%를 밑돌자, 추진 중인 대주주 유상증자와 별도로 긴급하게 자본조달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금감원의 자본금 증액 요구 등 적기시정 조치(경영개선권고)를 받게 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가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할 예정이지만 현재 현대라이프생명의 재무상황으로 볼 때 시장에서 1천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현대라이프생명 법인 대주주의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출자를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계열사 지원을 통한 추가 자본확충은 한계가 분명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면서 “향후 현대라이프생명이 부실화된다면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가 문제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내 금융계열사의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효과를 위해, 2011년 10월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커머셜 등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생명보험업에 진출했다. 

당시 정태영 부회장은 그룹의 지원 없이 독자경영으로 성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으나, 불과 2년 지난 후인 2014년 5월 현대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이 유상증자를 통해 약 95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대만의 푸본그룹으로부터 2,13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받아 단일 최대주주가 푸본생명으로 변경됐으나(현재 현대라이프생명은 푸본생명 48.62%, 현대모비스 30.28%, 현대커머셜 20.37% 등 주주로 구성), 최근 또다시 RBC비율이 급락하면서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차그룹의 현대라이프생명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대형 3사 위주의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생명보험 시장에서 현대라이프생명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고,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따라 생명보험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그 부작용으로 지배구조의 위험만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이런 우려 가운데 현대라이프생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이번 후순위채 등 발행과 현재 추진 중인 대주주 유상증자가 성공하더라도 현재 현대라이프생명의 재무상태를 볼 때 RBC 비율의 하락 추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2021년부터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1117호 보험계약)을 적용받게 된다. 이 경우 보험의 부채 평가를 계약시점이 아닌 현재의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하므로 RBC 비율 충족을 위한 추가 자본확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대라이프생명이 언제까지 계열사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엄중히 판단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한다.  

더욱이 현대라이프생명이 자본확충에 실패할 경우 더 큰 문제가 예상된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금융위는 적기시정 조치를 내려야 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의해 적기시정 조치를 받은 보험회사의 임직원 또는 임직원이었던 사람은 5년간 금융회사의 임원 자격이 제한된다. 또한 보험회사가 금융위 또는 예금보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각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대주주의 자격요건에 중대한 결격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100% 미만이 된다면, 적기시정 조치에 따라 회사 임직원의 금융회사 임원 자격에 문제가 생긴다”며 “회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다른 금융계열사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생겨 신규 사업의 허가 또는 금융업 신규신출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라이프생명 정태영 기타비상무이사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및 현대커머셜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만일 현대라이프생명이 적기시정조치의 대상이 될 경우 정태영 부회장은 해당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의 임원 자격도 잃게 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생명 인수 당시 “빠르면 2년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푸본그룹의 투자를 받을 당시에도 회사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그룹의 지원 없이 독자경영으로 성공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발언이 지켜질 지, 아니면 현대라이프생명의 부실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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