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의미있는 노년
아름답고 의미있는 노년
  • 정재수
  • 승인 2008.01.28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난 글을 쓸 때 가끔 ‘노인’이란 말 대신에 ‘노년’이란 말을 쓴다.

사실 노인이란 낡고 헤어져 버려지기 직전이란 느낌이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노년이란 소년, 청년, 중년 다음에 오는 자연스러운 인생주기의 한 단계이며, 전 단계의 시기와 마찬가지로 해야 할 의미있는 일이 있고, 그 일을 즐거이 수행하며, 다음 단계(죽음)를 준비하는 시기라는 의미가 있다.

노년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서 해방되어서 마음을 확대시키고 인생과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다시없이 좋은 기회라는 데 있다.이 시기의 인간은 좀 더 넓고 시원한 쪽으로 진보할 수도 있고, 혹은 좀 더 좁고 답답한 편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 노년이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많은 인간에게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는 풍요한 노년을 말한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고 모든 이해관계와 욕심으로부터 해방되어 풍요로운 유머 감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말년에 풀 한 포기를 즐기며 태양의 따뜻함을 새롭게 음미하면서 그동안 무관심하였던 세상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진리를 터득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죽음에 대해 불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을 영광의 승리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노년의 지혜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년 자신은 물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아름답고 의미있는 노년이 가능해지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노년’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첫째, 의존적인 노년이 아니라 독립적인 노년이다. 신체와 정서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노년은 타인에게 의존적이기 쉬운, 때로는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는데 의존성이 높은 노년은 가족이나 주위의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존경, 그리고 인격적인 대접을 받기 어렵다. 건강한 노년은 말할 것도 없고 비록 그가 병약하여 간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노년은 품위를 지키며 자기의 신변과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노년 스스로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심지어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뜬다 해도, 남아있는 노년은 독립적으로 홀로서기를 연습해야 할 것이다.

둘째, 닫힌 노년이 아니라 열린 노년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노년은 폐쇄적이고 고집스러운 자세가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이어야 한다. 자녀, 젊은이, 새로운 친구를 자기의 주관으로만 보면 불만과 불평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노년은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며 오히려 그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대화할 뿐 지시와 훈계하기를 조심하는 노년, 주위사람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노년은 그러한 배려가 되돌아와 그가 관계하는 사회에서 관심의 중심에 서 있을 수 있다.        

셋째, 받는 노년이 아니라 주는 노년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노년은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는 대상이 되기 쉽다. 도움을 받는 데 익숙한 노년은 결국 사회적 주류(主流)로 인정되기 어렵다. 노년이 갖고 있는 자원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자원을 갈고 닦아서 사회에 유익한 자원으로 전환할 때 노년은 사회적으로 유용성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가정과 사회에서 역할을 찾는 것, 그리고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노년들이 큰 부담 없이 사는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효과적인 길이다. 노년을 공경하기 위해 베푼 ‘敬老’잔치가 때로는 노인을 가볍게 보고 밥이나 한상 차려 드리는 ‘輕老’잔치로 보여져 안타까울 때가 있다.

위에 제시한 세 가지 관점은 모든 노인복지 관련 기관이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기본 원칙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삶을 사는 노년은 젊은이들이 봐도 아름답고 노년 자신이 봐도 아름다울 것이다. 젊음의 아름다움과 노년의 아름다움은 그 질에 있어서 다르다. 오히려 장년을 통해 노년에 이르도록 이러한 특징을 잘 개발한 노년은 몸은 비록 쇠하였더라도 사랑, 자비, 용서, 헌신 등 인생의 완성을 향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