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노인종합복지관, ‘다시 쓰는 신혼일기’
서울 논현노인종합복지관, ‘다시 쓰는 신혼일기’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12.0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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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사랑을 만들고 표현하는 걸 배운 값진 시간”
지난 11월 23일 더 청담 웨딩홀에서 논현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 부부 7쌍의 리마인드 웨딩이 진행됐다. 이날 결혼식에서 72세 정병소 신랑과 69세 김광말 신부가 자신들이 직접 쓴 부부서약서를 낭독하며 사랑을 맹세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더 청담 웨딩홀에서 논현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 부부 7쌍의 리마인드 웨딩이 진행됐다. 이날 결혼식에서 72세 정병소 신랑과 69세 김광말 신부가 자신들이 직접 쓴 부부서약서를 낭독하며 사랑을 맹세하고 있다.

‘78세 한영희 신랑·73세 장순옥 신부’ 등 일곱 쌍 리마인드 웨딩

성격유형검사도 함께 받아… 배우자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게 돼

[백세시대=최은진기자]

두 사람은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가난할 때나 부자일 때에도 서로 함께 하며 사랑하겠습니까?”

주례 선생님 말씀에 ‘네!’라고 당차게 대단한 지 어언 수십년. 그동안 아슬아슬한 고비를 무수히 넘으며 해로하고 있는 어르신 부부 7쌍이 11월 23일 더 청담 웨딩홀 그린테라스에서 리마인드 웨딩을 올렸다. 

이날 73세 장순옥 신부를 비롯한 여성 어르신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 화장을 받으며 청순하던 그 시절의 단꿈에 잠시 젖어든다. 78세 한영희 신랑과 다른 남성 어르신들도 턱시도를 갖추고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을 받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신부를 기다린다. 준비를 마친 신랑신부들은 유치원 화동들이 꽃을 뿌리며 축복하는 가운데 입장했다. 떨리는 행진에 맞절하며 예를 갖추고 하객들에게도 인사했다. 부부 서약서를 낭독한 후에는 꽃반지를 서로 손가락에 끼워주며 다시 한 번 사랑을 맹세했다. 이번에는 50여년 전 결혼식과 달리 장성한 자녀들이 하객으로 참가해 축하를 건넨다. 장순옥 신부는 “앞으로 서로를 다정하게 감싸주고 이해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 리마인드 웨딩은 서울 강남구립 논현노인종합복지관이 2017년도 구 노인특화사업으로 진행한 ‘다시 쓰는 신혼일기’의 마무리 과정이다. ‘다시 쓰는 신혼일기’는 노년기의 활기찬 부부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긍정적인 관계를 저해하고 황혼이혼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구민 60~80대 부부를 대상으로 봄·가을에 한 차례씩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 2기 참여자인 일곱쌍 부부들은 지난 10월 19일부터 11월 23일까지 6회에 걸쳐 친밀도를 높이는 관계 밀착형 활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과업을 수행했다.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평가하지 않고, 다른 배우자와 비교하지 않고, 어딜 가든 손을 꼭 잡고 다니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한 발자국 물러나 배우자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성격유형검사인 DISK(디스크) 검사를 통해 배우자 성향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장 어르신은 “저는 안정형이고 남편은 신중형으로 나왔다”며 “결과에 대한 공감을 느끼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를 발표할 때는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한 어르신이 “13층에 사는데 제가 외출할 때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준다”고 말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또 “승강기 안에서 서로 밀착될 때 잘 보이는 주름살이 사랑스럽기 때문에”라는 답변도 오랜 연인 사이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장 어르신은 “무심히 살아가기 쉬운 일상에서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사랑을 만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부부들은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몇 년 후에 이룰 수 있을지 상의하며 낭만적인 노후 계획을 구상했다. 또한 젊은 시절 결혼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며 연애시절, 신혼 무렵 사진을 빔 프로젝트를 활용해 공유했다. 자연스럽게 과거로 돌아간 어르신들은 행복했던 시절과 힘들었던 시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프로그램 네 번째 시간에는 강원 춘천시 일원으로 부부 동반 사랑 여행을 떠났다. 이날 어르신들은 제이드 가든과 소양강 스카이워크 등을 방문하며 추억을 만들었다. 한 어르신은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나오기 싫었는데 막상 나와서 같이 데이트하니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 후에는 부부 10계명을 작성하고 사랑의 편지를 쓰며 생각을 공유했다. 한영희 어르신을 비롯한 남성 어르신들은 직접 팔찌를 만들어 여성 어르신 손목에 채워주며 장미꽃으로 깜짝 프러포즈를 했다.

특별한 데이트를 한 뒤 인증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도 관계 개선에 한몫했다. 노년 부부들은 수업 시간에 발표를 통해 다른 부부들의 멋진 데이트를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최은진 기자 cej@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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