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환자, 여성이 4배… 가사 후유증으로 오해
류마티스 환자, 여성이 4배… 가사 후유증으로 오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2.01 14:00
  • 호수 5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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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관절염 증상과 치료법

미열‧손가락 붓는 증상… 2개월 이상 통증 지속 땐 반드시 진료

항류마티스약제 등으로 치료… 걷기‧수영 등 운동요법 함께 써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주부 김선자(67)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손, 발이 자주 부었다. 때로는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기도 했다. ‘집안일을 많이 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넘어간 김씨는 얼마 뒤 심한 관절 통증과 부종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에 있다.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지속적인 사용으로 인해 닳아서 뼈와 인대에 손상을 일으키는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건강한 관절을 공격해서 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비타민D 부족,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 좋지 않은 식습관 등이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주로 손가락 관절에 많이 생기는데, 손마디가 뻣뻣해지는 증상이 하루 종일 지속되기도 한다. 동시에 통증까지 동반돼 손을 쓰기가 힘들다. 사진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손가락 모습.
류마티스 관절염은 주로 손가락 관절에 많이 생기는데, 손마디가 뻣뻣해지는 증상이 하루 종일 지속되기도 한다. 동시에 통증까지 동반돼 손을 쓰기가 힘들다. 사진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손가락 모습.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3배 이상의 발병률을 보인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이 2014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이용해 ‘류마티스 관절염’ 질환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진료인원 9만5000명 가운데 여성 환자 수는 7만6488명으로 남성 환자수의 약 4.1배나 됐다. 

이는 유전적인 영향과 함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의 변화, 월경, 남성에 비해 약한 뼈의 강도와 적은 근육량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

류마티스 관절염 초기에는 피로감, 미열, 전신적인 근골격계 통증, 손가락이 붓는 느낌 등의 모호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전형적으로는 대칭적(왼쪽 무릎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반대쪽 무릎에도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관절을 침범하지만, 흔히 한쪽 관절을 침범한 후에 다른 쪽 관절을 침범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다양한 관절 부위에서 나타나지만 주로 손가락 관절에 생긴다. 이 외에도 근육통이나 만성피로 등의 증상이 동반돼 단순히 몸살‧감기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처음엔 관절에만 염증이 생기다가 점점 뼈가 파괴되고, 전신 관절로 퍼져서 뼈끼리 엉겨 붙으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염증이 심할수록 심장병 등의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여러 관절이 동시에 부으면 따끈따끈한 열감이 느껴지며, 부은 관절을 만지면 말랑말랑한 느낌이 난다. 식욕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심하며 체중이 줄어드는 등 전신 증상도 나타난다. 이에 대한류마티스학회는 2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나타난 후 2년 이내에 환자 10명 중 7명이 관절 손상을 입고, 다른 장기로 염증이 침범할 수 있어서다.

관절의 통증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이다. 이 질환의 80% 환자가 통증의 만성화 과정을 겪는데, 통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생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증세를 잘 알아뒀다가 의심되는 소견이 있으면 빨리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허진욱 을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을 ‘단순 가사 후유증’으로 자가 진단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초기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관절이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어, 관절의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변형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류마티스 관절염은 짧은 시간에 전신으로 번지고 치료가 쉽지 않아 종종 불치병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발병 원인이 정확하지 않은 만큼 예방이나 치료도 어렵기 때문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 받았다면 소염제나 항류마티스약제 등의 약물이 처방될 수 있는데, 이는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약물요법에는 소염 진통제(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경구 스테로이드제제, 항류마티스 약제 등이 사용된다. 약물 요법이 효과가 없을 때에는 활액막절제술, 건이식술, 관절고정술, 인공관절치환술 등의 수술적 치료가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돼 약물의 종류가 많아 거부감을 느낀 환자들에게 대안이 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간편하게 주사만 맞으면 된다. 기존 항류마티스 제제가 듣지 않는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치료에도 효과적이지만 직접 주사를 놔야 한다는 불편이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예방법

류마티스 관절염은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운동은 관절 주변 근육과 힘줄을 강화시킴으로써 관절 파괴와 변형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단,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관절을 갑자기 비틀거나 특정 관절에 집중적으로 무리가 가는 등산을 비롯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 장시간 뛰는 마라톤은 자칫 관절염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권장하는 운동으로는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있다.

허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추위에 민감하므로 외출 시 체온을 잘 유지하는 옷을 챙기는 게 좋다”면서 “몸무게가 1kg 늘어날수록 관절이 받는 하중은 3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체중 조절에 신경을 쓰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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