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인-복지단체 ‘폐지넷’ 결성
청년-노인-복지단체 ‘폐지넷’ 결성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2.08 10:38
  • 호수 5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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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노인 보호 위해 한국사회복지협 등 10여개 단체 손잡아
대방사회복지관 이훈희 과장(왼쪽 마이크 쥔 사람)이 ‘서울 동작지역 폐지수집노인 당사자 욕구조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대방사회복지관 이훈희 과장(왼쪽 마이크 쥔 사람)이 ‘서울 동작지역 폐지수집노인 당사자 욕구조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폐지 줍는다고 다 가난하진 않아… 실태조사부터 해야”

폐지넷 포럼서 지적… 연구활동 통해 정책제안 하기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시세보다 비싸게 폐지를 구입해 예술품을 만든 후 판매수익금으로 다시 빈곤 노인을 돕고 있는 청년단체 ‘러블리페이퍼’, 어르신들이 끌기 쉬운 손수레를 만들어 기부하고 광고판까지 부착해 매달 10여만원의 추가 수익까지 얻게 해준 ‘끌림’, 폐지수집노인들이 직접 결성한 실버자원협동조합 등 독자적으로 활동하던 단체들이 손을 맞잡았다. ‘폐지수집노인 문제해결을 위한 네트워크’ 일명 ‘폐지넷’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폐지넷은 지난 12월 1일 서울 시민청에서 출범식과 함께 포럼을 열고 힘찬 출발을 알렸다. 이들은 폐지수집노인들의 상황을 공유하고 인식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나아가 정책 제안을 통한 환경개선을 추구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 175만명으로 추정되는 폐지수집인(65세 이상 정확한 통계치는 조사 되지 않음)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마다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그나마 폐지 수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노인의 수가 적고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폐지넷은 지난 5월 개강한 비영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아산 프로티어 아카데미 6기’에서 시작됐다. 이곳에서 만난 박진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원관리본부장, 김영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교육연수실장 등 6명은 폐지수집노인 관련 연구와 학습모임 등 공론의 장을 만들고 더 나아가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폐공장(폐지수집노인 문제해결을 위한 공론의 장)을 결성한다. 이후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폐공장은 평소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 기관과 단체들을 하나씩 끌어모은다. 본지에도 소개된 적 있었던 러블리 페이퍼, 끌림을 비롯해 그린메이커, 마을발전소 등 평소 폐지수집노인 문제에 힘써왔던 10여개의 단체가 네트워크 형성에 참여했다. 

이들은 8월 열린 간담회를 통해 폐지넷 구성에 합의하고 수차례 회의와 10월 28일~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8회 대한민국나눔대축제에 참여해 손발을 맞춘 후 이날 출범식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공동위원장은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와 박진제 본부장이 맡았다.

박 본부장은 “폐지수집노인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기관이 전무해 단체들의 연대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야 된다는 생각으로 네트워크를 결성했다”면서 “제도 개선과 더불어 노인과 폐지수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해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폐지넷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폐지수집노인으로 불리는 어르신들이 힘든 폐지를 줍지 않아도 되는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폐지넷은 포럼을 개최해 문제 해결 방안을 공유하고 이렇게 쌓인 아이디어로 정책 제안을 하면서 문제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취지에서 열린 첫 포럼에서는 ‘노인의 삶과 폐지수집이란 일_끄트머리에 선 사람들(소준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을 시작으로 ‘서울 동작지역 폐지수집노인 당사자 욕구조사 결과’(이훈희 대방종합사회복지관 과장), ‘노랑손수레 사례(현대제철 고선정 차장)’ 등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소준철 연구원은 서울 강서구를 중심으로 폐지수집노인에 대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 연구원의 발표 중 주목할 만한 점은 폐지수집에 나선 노인들의 사연이었다. 흔히 가난한 노인들이 폐지나 재활용품을 수집할 거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소일거리나 경로당 공동수입을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도 많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소 연구원은 현재까지 폐지수집노인에 대한 정책이 무작정 ‘빈곤’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현장 조사를 실시한 후 빈곤노인을 위한 공동작업장을 만들고 전담 사회복지사를 배치해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 연구원은 “폐지를 줍는 노인이 모두 가난하지는 않다”면서 “무작정 지원하기 보다는 폐지수집노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대방사회복지관 이훈희 과장은 지난해 시행한 폐지수집 노인을 위한 활동조사 내용 및 결과를 발표했다. 대방동을 포함한 인근 지역 폐지수집 노인을 대상으로 한 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폐지수집 노인이 생계유지와 용돈 마련을 위해 재활용품 수거에 나선다고 답했다. 또 수거활동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소득보장’이 31%, ‘전동카트(장비)’가 1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과장은 “빈곤 노인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하고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폐지수집 노인들이 참여하는 경제 조직을 구성하고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현대제철 고선정 차장은 ‘DIY 노랑 손수레 운영 사례’를 통해 폐지수집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소개했다. ‘DIY 노랑 손수레 운영’은 폐지수집 노인들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으며, 사업에는 대학생 봉사단체 해피예스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 사업을 통해 해피예스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안전한 손수레는 폐지 수집 시 활용 가능한 소모품과 함께 인천과 당진 지역 저소득층 폐지수집 노인들에게 전달됐다. 고 차장은 “‘DIY 노랑 손수레 운영’과 같이 폐지수집 노인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우진 폐지넷 공동위원장은 “문제 해결을 위한 직·간접적인 연구 및 활동 등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후에도 이와 같은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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