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위캔봉사단 시니어단원, 외국인 통역관광안내 봉사
잠실 위캔봉사단 시니어단원, 외국인 통역관광안내 봉사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12.08 10:44
  • 호수 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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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영어 공부… 이젠 외국인 안내 척척”
12월 6일 서울 잠실 일대에서 ‘위 캔 봉사단’의 김예은(왼쪽)·박규섭(가운데) 부부 단원이 일본인 가족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안내 봉사를하고 있다. 김 단원은 일본어, 박 단원은 영어 능통자로 부부가 2인 1조로 활약하고 있다.
12월 6일 서울 잠실 일대에서 ‘위 캔 봉사단’의 김예은(왼쪽)·박규섭(가운데) 부부 단원이 일본인 가족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안내 봉사를하고 있다. 김 단원은 일본어, 박 단원은 영어 능통자로 부부가 2인 1조로 활약하고 있다.

69세 박규섭·65세 김예은 부부 함께 봉사… 시니어 여행자 반색

‘위 캔 봉사단’, 영어‧일어‧중국어로 길 안내… 쇼핑 시 통역도

[백세시대=최은진기자]

“하이, 익스큐즈미. 두유니즈애니헬프? 애즈유캔씨, 아임 어 발룬티어.”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보시다시피, 저는 자원봉사자입니다.)

12월 6일 서울 잠실관광특구인 잠실역 트레비분수 앞에서 ‘위 캔 봉사단’ 단원인 박규섭(69), 김예은(65) 부부가 건넨 인사말이다.

지난 11월 21일 발대식을 가진 ‘위 캔(WE CAN) 봉사단’은 14세부터 74세까지 약 100여명의 단원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통역과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5세 이상 단원은 18명이다. 이중 유일하게 부부로 활약하고 있는 박규섭-김예은 시니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봉사단을 만든 조인숙(52) 송파구 잠실3동 동장은 이 시니어 부부 단원을 ‘보물’이라고 소개했다. ‘틀딱’(틀니딱딱)이라는 부정적인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노인을 경시하는 사회 풍토를 반전시킬 수 있고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봉사활동에 대한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갈수록 대화가 줄어드는 부부관계에 대한 좋은 역할 모델이기도 하다. 

‘위 캔 봉사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 단원은 현역 시절에는 어학과는 별 관계없는 일을 했다. 젊은 시절부터 주력해 온 분야가 아니라 은퇴 후 영어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실력자로 거듭난 것이다. 

대령으로 예편한 박 단원은 1984년도에 미국과 한국의 연락장교로 임명돼 한 달간 일한 적이 있다. 임무는 빈틈없이 완수했지만 능숙하지 못한 영어로 고생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때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전역 후 어학 공부를 시작한 동기가 됐다. 박 단원은 2004년도부터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영어 수업에 참여했다. 2~3년 정도 됐을 무렵 부인인 김 단원은 “그 정도로 열심히 할 거면 본격적으로 학원에서 배워보라”고 권유했다. 이후 7년간 학원 수강을 거쳐 수준급 영어를 구사하게 됐고 외국어 봉사에 도전할 수 있었다.

‘위 캔 봉사단’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총 4개 언어로 안내 봉사를 한다. 봉사단원들은 ‘WE CAN 봉사단’ 로고가 적힌 노란 조끼를 착용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발견하면 다가가 먼저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한다. 그런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지 물어본다. 그러면 관광객 요구에 따라 길을 안내하거나 꼭 가봐야 할 명소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상인과 관광객 사이에서 통역을 도맡을 때도 있다. 

모집은 10월 11일부터 시작했다. 만55세 이상은 공개모집을 진행하고,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에 공문을 발송해 모집했다. 조 동장은 “시니어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지혜를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움직이는 관광안내 엔젤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그러다 조금 더 부르기 쉬운 ‘위 캔 봉사단’으로 이름으로 바꿔 발대식을 가졌다. 의미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자긍심을 고취하고 능동적인 의지를 불어넣었다.

시니어 단원에 대해 조 동장은 “지역을 방문하는 전 세계 시니어들과 국적을 뛰어넘는 정서적인 교감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같은 연배의 시니어가 말을 걸고 도움을 주니 반응이 굉장히 좋은데다가 사적인 이야기도 서슴없이 나눌 때가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지만 도전하는데 주저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이에 대해 김 단원은 “항상 준비하면 기회는 오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주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은진 기자 cej@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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