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섭섭함
노무현 대통령의 섭섭함
  • 정재수
  • 승인 2008.02.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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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지위가 높고 명예롭지만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는 고독하거나 쓸쓸할 수도 있다. 청와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든 생각이다. 함께 간 88명의 노인, 노인단체 관련 인사들도 아마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퇴임을 앞두고 사회의 어르신들을 만나서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어르신들에게 속에 있는 말을 풀어놓았다. 노인사회에 속마음을 터놓았다는 생각을 하니 대통령도 인간이구나 싶기도 하다. 다 아는 얘기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진정성을 곡해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세상 살아가면서 주목을 받는 위치에 오르면 누구나 뒷 담화의 대상이 된다. 그가 옳은 일을 하건 그릇된 일을 하건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더하다. 노 대통령도 그점이 속상한 모양이었다. 언론(신문·방송·인터넷)이 필요이상으로 뒷 담화를 증폭하고 부추긴 것은 아닌가. 칭찬과 환호와 열광을 경험하지 않은 보통사람도 뒷 담화가 계속되면 감당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뀌었다. 그것으로 책임을 졌다 할 수 있다. 그러니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일을 잘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아닌가. 선한 의도는 선한 의도 그대로 평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노인복지정책 면에서 보자면 어쨌든 참여정부는 신기원을 이룬 정권이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부터 노인복지정책이 꽃피워지게 된 것이다. 기초노령연금법·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3가지 법안을 마련한 것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큰일이었다. 그리고 그 혜택을 당장 올해부터 어르신들이 받게 된다. 이 정책은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잘 됐다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노 정권을 ‘좌파’로 규정하는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조차도 탐탁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노인사회와 더불어 박수칠 것은 치고 이어갈 것은 이어 정책의 연속성을 도모해야 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폐지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갖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직 인수위에 다른 방식이 준비돼 있겠지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헤어지는 때는 섭섭함을 과장하는 것이 예의다. 퇴임하는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잘한 것은 ‘잘했다’라고 말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480만 어르신들의 가슴은 세상의 투정과 분노와 슬픔과 기쁨을 모두 품을 수 있을 만큼 넓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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