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즐기는 시니어들
드론 즐기는 시니어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2.15 11:03
  • 호수 5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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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첨단 군사 장비에서 시니어들의 장난감으로
최근 사진촬영이 가능한 무인항공기인 드론을 즐기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박주현 동호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해 시니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드론’ 동호회 회원들이 자신들의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최근 사진촬영이 가능한 무인항공기인 드론을 즐기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박주현 동호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해 시니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드론’ 동호회 회원들이 자신들의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상업용․취미용 드론 시장 매년 성장… 조작 간편해 누구나 쉽게 즐겨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비행 가능… 2만원부터 100만원까지 가격 다양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12월 9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공원. 해가 뜨기 전인 이른 아침부터 잔뜩 껴입은 남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서 놀자”. 모임을 이끄는 한 남성의 말이 끝나자 나머지 사람들이 부지런히 자신의 트렁크에서 ‘장비’를 꺼내왔다. 이들이 주섬주섬 꺼내 펼쳐놓은 것은 ‘드론’이었다. 간단한 준비를 마친 ‘레인보우드론’ 동호회 회원들은 자신들의 드론을 하늘로 띄우고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박주현(61) 동호회장을 비롯한 평균 연령 50대의 시니어들은 추위도 잊은 채 한 시간 가까이 조종을 즐겼다. 청년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드론’을 즐기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드론(Drone)은 벌 소리처럼 웅웅 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데, 작은 무인항공기가 비슷한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에는 로터(회전날개)가 4개에서 8개까지 달린 무인 비행체를 간편하게 부를 때 쓴다.

초창기에는 정찰 및 적 타격을 위한 군사용으로 주로 이용됐지만 최근에는 상업용과 취미용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음식배달과 우편물 배송은 1~2년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고 농약 살포, 실종자 수색 등에도 도입되면서 점차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2kg 이상의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 필요한 드론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국내 드론시장 5500억

해외 드론 시장규모는 2015년 52억 달러에서 2024년 116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드론 시장규모는 현재 70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2022년에 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드론의 단점은 안전상의 이유로 날릴 수 있는 구역이 제한돼 있다는 거다. 항공법상 드론 금지구역은 비행장에서 반경 9.3km 이내, 150m 이상의 고도, 휴전선 인근 등에 해당된다. 한강 이북 서울은 전체가 비행금지구역이지만 한강 이남에는 허가 없이도 날릴 수 있는 곳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강동구 둔촌1동 일부 외 전 지역, 관악구 난항동 일부, 구로구 남구로역 주변 및 개봉동 일부 지역, 독산3동을 제외한 금천구, 송파구 풍납동 일부 등은 비행금지구역이 아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장비이다 보니 흔히 유행에 민감한 20~30대가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시니어들의 비중도 높다. 현재 50대 이상 시니어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데다가 취미로 RC(원격조정) 카와 헬리콥터를 즐기던 세대여서 작동방법이 유사한 드론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 또 엔지니어로 활동하거나 사진 및 영상 촬영을 즐기던 시니어들도 드론에 빠져들면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박주현 레인보우드론 동호회장은 “드론을 즐기려면 시간적,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의 경우 이점이 유리하다”면서 “조금만 익히면 누구나 조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진입장벽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가격대가 다양한 것도 장점이다. 보통 2~3만원대 초급용으로 입문한 후 흥미가 더 생기면 중급용인 10만원대 드론으로 옮겨간다. 다만 비행시간이 10분 내외로 짧다는 단점 때문에 취미생활로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은 100~200만원대 고급용 드론을 구입한다. 

레인보우드론 회원들의 경우 이 단계를 거쳐 대부분 고급용 드론을 날렸다. 고급용 드론은 내부에 위성항법장치(GPS)와 3차원 공간에서 회전 상태를 파악하는 자이로스코프를 갖추고 있어 자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수직으로 이착륙을 하니 넓은 공간도 필요 없다. 공중에 뜬 상태에서 스틱을 살짝만 움직여도 드론은 기민하게 상하좌우로 이동했다.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 스스로 처음 이륙했던 지점으로 돌아와 안정적으로 착륙하는 기능도 갖춰 조종도 간편하다. 

“드론 날리면 하늘 나는 기분”

레인보우드론 회원들은 드론을 날리는 이유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기존 RC 비행기는 화면이 따로 없었기에 밑에서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걸 구경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드론은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태블릿PC나 휴대폰에 연결해 드론의 시점에서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진우(59) 씨는 “평소 사진 촬영이 취미였는데 드론 덕분에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면서 “매주 동호회 모임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박주현 회장은 드론은 시니어들이 한 번쯤은 해봐야 하는 취미활동이라고 말했다. 드론을 날리려면 머릿속에 허공의 입체좌표를 입력한 후 양손을 사용해 조종해야 한다. 즉, 끊임없이 뇌와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드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드론이 찍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선 태블릿PC가 필요한데 드론을 날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를 배우게 된다. 드론이 찍은 영상을 확인하고 편집하기 위해선 컴퓨터를 활용해야 해서 영상편집 기술도 어쩔 수 없이 배우게 된다. 드론 덕분에 덩달아 IT에 능숙해지는 것이다.

박 회장은 “드론은 한 번 들어서면 출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취미 활동”이라면서 “안전에 유의해서 날리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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