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과연 트럼프 말대로 될까
예루살렘, 과연 트럼프 말대로 될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12.15 11:26
  • 호수 5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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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팔 영토전쟁에 늘 이스라엘 편들어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월 6일,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이고,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고 폭탄선언을 한 이후 전 세계 이목이 이 작은 도시에 쏠렸다. 예루살렘은 어떤 곳이기에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걸까.

이스라엘은 1967년 국회에서 이 도시를 ‘분리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규정했으나 4억 아랍인을 포함한 15억 이슬람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1980년 8월 20일 모든 회원국의 외교관에게 예루살렘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한 안보리 결의안 제478호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외교공관을 두고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번에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공포한 것이다.   

역사가 3000년이 넘는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란 뜻이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세계에서 가장 비평화적이고 휘발성 폭력이 내재된 도시가 됐다. 이유는 종교이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서로 이곳을 자기들의 성지라고 고집하고 있다. 

기원전 1000년 무렵 다윗왕은 예루살렘을 ‘하나님이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성스러운 땅’이라고 여기며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로 삼았다. 그래서 전 세계 1600만 유대인에겐 마음의 고향이다. 기원전 63년 로마군에 함락되고 이후 로마의 국교가 기독교가 되면서 자연스레 예루살렘은 기독교의 성지가 됐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수난의 성지로서 해마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이곳으로 성지순례를 온다. 

예루살렘은 638년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들에 의해 함락돼 오랫동안 그들의 지배를 받았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는 예루살렘에서 신비한 영적 체험을 했다. 이슬람 경전 ‘코란’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메카의 성스러운 모스크에서 천마를 타고 예루살렘 성전산으로 순식간에 이동한 뒤 하늘나라로 승천해 구약성서 속 예언자를 만나고 돌아왔다. 이 때문에 무함마드에게 예루살렘은 신의 계시를 받은 곳이다.  

예루살렘의 이슬람 지배는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튀르크가 패배해 이 지역을 영국이 차지하면서 끝났다. 영국은 요르단강 동쪽에 요르단 왕국을 세우고 서쪽엔 유대국가와 아랍국가를 나란히 수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선언을 하자 주변 아랍국가들이 이를 막으려고 제1차 중동전쟁(이스라엘 독립전쟁)에 나섰다. 전쟁 끝에 가자지구는 이집트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은 요르단이, 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각각 차지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가자지구까지 점령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4년 미국이 중재한 오슬로협정에서 이들 점령지에 팔레스타인국가를 세우기로 했다. 이듬해 팔레스타인정부가 들어서면서 헌법상 수도는 예루살렘으로 하고 라말라를 임시행정수도로 삼았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팔간의 영토 전쟁에서 늘 이스라엘 편을 들어줬다. 이스라엘 강경파는 전 세계 유대인을 동원해 미국 정부와 의회에 로비를 벌여왔다. 미 의회는 1995년 ‘예루살렘 대사관 법’을 제정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했으나 실행되지는 않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균형 외교, 분쟁 예방을 위해 이를 보류하는 문서에 6개월마다 반복적으로 서명해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를 무시하고 예루살렘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 등 아랍의 테러리스트들이 트럼프의 말을 순순히 들을 것인가. 아니면 ‘지옥의 문이 열렸다’는 표현대로 잔혹한 시위, 테러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인가. 그런데 최후의 승자는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진상 히브리대 한동대글로벌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 선언을 통해 안으로는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밖으로는 이스라엘에 빚을 지웠다. 어디까지를 예루살렘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의도 내리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판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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