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공양
새들 떠나는 길목
상강 지나 소설
먼 길에 배곯지 말라고
한 상 가득 차려 놓은
늙은 감나무
주선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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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이란 부처 앞에 음식물이나 재물 등을 바치거나, 승려가 하루 세끼 음식을 먹거나, 음식이나 의복 등을 이바지하면서 웃어른을 모시는 뜻으로 쓰이는 낱말이다. 그러니까 공양이란 누군가에게 음식을 바치는 보시의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시인은 이 디카시에서 먼 길 떠나는 길손에게 배곯지 말라고 온몸으로 한 상 가득 차려 내놓은 늙은 감나무의 정성을 공양으로 보고 있다. 나무가 내놓은 저 붉고 뜨거운 마음이라면 수만 킬로를 날아가야 하는 새들도 더욱더 힘을 내 무사히 따뜻한 남쪽나라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옛 조상들은 들일을 가서 밥을 먹을 때도 고수레라는 것으로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를 표했고, 감나무나 과실수에 달린 열매를 모두 수확하지 않고 몇 개를 남겨두는 까치밥으로 하여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였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서양의 사고방식이 아닌 까치밥 하나에 담긴 동양의 철학으로 함께 사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 디카시 한 편은 그런 우리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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