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개봉…북한 쿠데타를 가상한 한반도 위기 시나리오
영화 ‘강철비’ 개봉…북한 쿠데타를 가상한 한반도 위기 시나리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2.15 13:41
  • 호수 5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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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쿠데타로 인한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를 다룬 영화 '강철비'가 12월 14일 개봉했다. 남한의 '철우'와 북한의 '철우'가 손을 잡고 전쟁 위기를 막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북한의 쿠데타로 인한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를 다룬 영화 '강철비'가 12월 14일 개봉했다. 남한의 '철우'와 북한의 '철우'가 손을 잡고 전쟁 위기를 막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영화 ‘변호인’ 만든 양우석 감독 신작… 핵전쟁으로 치닫는 과정 그려

사실적인 설정으로 긴장감 높여… 정우성․곽도원 연기호흡 인상적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9월 6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북한이 11월 29일 또다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를 급격히 경색시켰다. 전문가들은 국제 역학관계 때문에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핵폭탄이 가진 파급력으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만약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이 질문에 대한 가상의 답이 돼줄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데뷔작 ‘변호인’을 통해 1000만 감독 타이틀을 얻은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 이야기다.

북한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한반도에 핵전쟁의 위기가 닥친다는 다소 과감한 설정을 담은 영화 ‘강철비’가 12월 14일 개봉했다. 작품은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가 전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들키면 어찌 될지 모르는데 철없이 지드래곤 노래를 좋아하는 딸을 둔 엄철우에게 정찰국에서 극비임무를 맡긴다. 쿠테타를 노리는 세력이 있으니 개성공단에서 은밀히 제거하라는 명령이다. 엄철우는 가족에게 잠시 안녕을 고하고 저격을 준비한다. 그런데 개성공단에는 기다리던 쿠테타 세력 대신 북한 권력1호가 내려온다. 바로 그 순간 미국의 인명 살상 미사일이 쏟아진다. 미군의 무기를 탈취한 북한 쿠테타 세력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  

엄철우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북한 1호를 데리고 개성공단을 넘어 한국으로 피신한다. 한국에선 대선이 막 끝난 상황. 곽철우는 후임 대통령 당선인에게 줄을 대려 애쓴다. 아내와 이혼해 오랜만에 만난 두 아이는 뒷전이다. 그런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온다. 북에서 넘어온 엄철우가 북한1호를 데리고 숨은 병원이 하필이면 이혼한 아내의 병원인 것. 그는 북한1호와 엄철우 신병을 확보한다. 

그 사이 북한은 미국이 미사일을 발사해 최고 통치자의 목숨을 위협했다며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선제 핵공격을 해야 한다며 한국의 대통령을 압박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전쟁을 피하려는 마음이지만 현 대통령은 다르다. 임기를 마치기 전에 모든 오욕은 자신이 뒤집어쓰겠다며 이때가 북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미국의 제안에 응하려 한다. 중국과 일본도 한반도 전쟁을 둘러싸고 각자 손익계산에 바쁘다. 그 사이 북한 1호를 제거하려는 쿠테타 세력들이 엄철우와 곽철우를 쫓으면서 극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이번 작품은 2011년 5월부터 12월까지 연재한 인기 웹툰 ‘스틸 레인’(Steel Rain)을 원작으로 한다. 양우석 감독은 영화계 데뷔 전 이 웹툰의 스토리를 직접 썼다. 김정일의 사망을 예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스틸레인은 실제로 존재하는 클러스트형 로켓 탄두의 별칭이다. 살상 반경이 큰 탓에 전 세계 140여 개국 이상이 사용 금지협약을 맺은 무시무시한 무기인데 한반도의 위태로운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양 감독은 이 작품을 현 정치 상황에 맞게 각색했고 제목도 스틸 레인의 한국어인 ‘강철비’로 수정했다. 

극단적인 상황을 그린 만큼 작품은 다소 현실적이고 무거운 내용을 다룬다. 특집 뉴스를 보는 듯 두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 내내 실제 일어날 법한 사실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분단국가의 고통을 절절하게 느끼게 해준다.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다른 나라들의 시각 역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북한이 핵전쟁을 선포한 후 미국은 선제공격을 압박하고 중국과 일본 역시 핵전쟁 위기 앞에 정치적 결정을 내놓지만 정작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결정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현재 강대국과 북한에 치여 이도 저도 못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과 맞닿아 있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다소 침울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웃음 포인트는 작품의 또다른 매력이다. 양 감독은 정우성·곽도원이 대화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며 쉬어갈 곳을 마련한다. 인기가수 지드래곤을 매개로 공감대를 형성한 두 철우는 마치 남북이 하나 되는 과정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정우성을 향해 친근하게 이죽거리는 곽도원과 자신의 햄버거를 가로챘다고 툴툴대며 국수 세 그릇을 비우는 정우성의 순박한 모습은 극적 긴장감을 완화시키면서 동시에 전쟁의 참혹성을 부각시킨다.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까지 모두 잡은 건 양 감독의 공이 가장 크다. 올초 7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공조’처럼 ‘남북 분단’을 갈등 촉발을 위한 장치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관련 전문지식을 영화에 잘 녹여내 실제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한다. 첩보 액션물을 보면서도 공포물 이상의 두려움을 주는 건 이런 설계가 효과를 발했기 때문이다. 

곽도원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능청스러운 중년 남성 캐릭터를 많이 소화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 매력을 극대화시켜 극의 중심추 역할을 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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