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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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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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지도 모르는 경제위기 막는 전도사로 온 힘”

내수경기의 위축, 국제유가의 급등, 원화 가치의 상승 등 경제가 심상치 않다. 최근 경제 환경에 대해 비관하지 않지만, 앞으로 IMF 환란을 능가하는 큰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시각에서 경제전도사를 자임하며 기관, 단체, 학교, 기업 등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강연(강의)을 하고 있는 YS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을 만나보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내수침체, 부동산문제, 환율문제 등 경제문제를 비롯하여 교육, 노사, 복지 등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런 여러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문제가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 문제 해결방안에 접근해 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공감이 결여되어 있다는데 우리사회의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식능력의 한계, 경우에 따라서는 인식의 오류가 있지 않은가 싶다”고도 한다. 지난 5월 4일, 인간개발 연구원에서도 ‘한국경제가 직면한 인식의 위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것은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고언이다.


그가 누구인가. YS(김영삼 전대통령의 이니셜)의 문민정부 시절 그는 정치권에 줄을 대지 않은 관료로서 중임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인호 원장은 194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67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1992년 환경처 차관으로 잠시 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공직 생활의 태반을 우리 나라 경제를 다루는 분야에서 보냈다. 특히 YS 정부 때 소비자보호위원장, 철도청장, 처음 설치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 장관급인 청와대 경제수석 등 요직을 거쳤다. 강경식 부총리와 함께 IMF 직전 사임하고, 책임론에 휘말리기도 했다.YS와의 인연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게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왜 그렇게 중책을 맡겼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무슨 일이 있으면 인사를 드리기는 하지만 난 가신이 아닙니다.”
문민정부의 경제팀이 정실인사가 아니라 공정한 경제전문가로 구성됐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김 원장은 “그때 발탁되지 않았으면 IMF 책임론에 휘말려 곤경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런 점에서 김 원장은 우리나라 경제를 염려하고, 혹 다시 올지도 모르는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쓴 소리를 할 자격이 있을 것도 같다.

 

경제위기 예견했으나 환란일 줄은 몰라 그렇다면 1997년 당시 IMF 경제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경제기획원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팀이 예측하지 못했을까  김 원장은 펄쩍 뛴다. 1997년 2월 28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되어 11월까지 약 8개월 정도 경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했는데,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주장하고 경고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환란, 즉 외환부족으로 인한 위기가 될 줄을 몰랐습니다”고 한다.


김 원장은 “한 나라의 경제는 흐름이지 사건이 아닙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외환위기도 경제사적 흐름일 뿐이란다. 그래서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한 재판에서 1심부터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사상 최장의 재판기록을 세우며 무죄로 확정됐다.


무죄 소식이 사회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환란 책임이 고스란히 ‘김수석 강부총리’팀에게 있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마음의 상처가 컸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물어보았다. “마음만이 아니라 몸도 고생했습니다”며 김 원장은 웃었다. 그는 세상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했다. 우리나라 초기 농촌교회운동을 주도했던 고 김영환 목사의 아들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김 원장은 “그럴 때 내가 신앙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군요.”라면서도 “죄가 없으니 마음고생이랄 것도 없었습니다”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도 김인호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준 것도 힘이 됐다고 한다. 몇 개월 갇혀 있을 때 “악보 보면서 속으로 노래하고, 지휘 연습도 했습니다”며 음악 취미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음모론은 근거 없는 이야기 IMF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미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의지)가 작용하여 한국을 경제위기에 빠뜨린 것은 아닌지 물어보았다. 질문을 하는 순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정도로 불황을 겪던 일본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뉴스가 뇌리를 스쳐갔다. 고이즈미 정부의 적극적인 친미정책 덕분이 아닐까 해보는 것이다.


“이른바 음모론인데, 나는 그런 것은 없었다고 봅니다.” 김인호 원장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개념은 어떤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얘기다. 워싱턴 컨센서란 어느 특정 나라에 대해 시장경제, 자본주의 경제로 끌어와야 한다는 미국(워싱턴 정가) 내의 일종의 합의를 의미한다. 이것이 어떤 위기나 특정한 상황에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 면에서 근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멀쩡한 나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뭔가 이유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설사 워싱턴 컨센서스의 작용이라 해도 결국 우리한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IMF가 왔다는 것이다. 해석하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김영삼 정부에서 터졌다는 이야기다.


지난 시기를 돌아볼 때 아쉬움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김원장은 망설이지 않고 “IMF 경제위기를 제대로 반성하고, 철저히 규명하여 대책을 세워놓지 못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IMF 이후 책임론에 휘말린 김원장, 강경식 부총리, 현직 경제관료, 경제학자 등이 모두 모여 다시 또 그런 경제위기가 오지 않도록 토론하고 연구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말한 것이 전부였어요.” 김인호 원장은 또 “외환위기 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한다. 외환위기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위기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중소기업 연구원장으로서 각 기관, 단체, 학교 등을 마다하지 않고 강연(강의)과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김 원장의 인터넷 홈페이지 동정란을 보면 화려하다. 중소기업 기술혁신 강연회, '한국경제와 여성지도자의 역할',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경영혁신 리더스 포럼-한국경제와 중소기업문제’ 등의 강의와 <다산 칼럼>'경기 낙관론의 함정(원제; 내년 이후가 문제다)' 기고 등 제반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밝은 면 부각·어두운 면 기회요소 삼아야 그렇다면 김 원장은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경제예측 무용론을 주장합니다”면서도, “아직은 신중한 낙관론이 우세하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KDI 같은 기관에서 제시하는 신중론이 부정적인 전망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우리 경제를 구조적으로 관찰해 보면 어느 경제나 그렇듯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합니다. 밝은 면으로는 IT(Information Technology), BT(Biology Technology), NT(Nano Technology)분야에서 갖는 강점과 가능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요즘 3-Technology에 관한 강의를 매주 전문가들로부터 듣고 있는데, 젊고 우수한 우리 학자들의 강연을 들으면서 우리 경제의 장래가 참 밝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김인호 원장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농업, 소상공자영업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저생산성 서비스 산업과 경제 전반의 경쟁력 하향추세, 기업들의 투자의욕 감소 등을 어두운 면으로 꼽았다.

 

김인호 원장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우리 경제의 나아갈 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어떻게 우리 경제가 가지는 밝은 면을 좀 더 부각 시키면서 위협요소가 되는 어두운 면을 기회의 요소로 전환시켜 나갈 것인지에 앞으로의 경제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김 원장은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원장실 옆 세미나실로 달려갔다. 꽉 찬 스케줄을 비집고 들어간 기자의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니 시야가 환히 열리는 듯했다.


 

 

 

 

 

 

 

 

 

 

 

 

 

 

 

박병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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