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소변은 건강의 적신호
붉은 소변은 건강의 적신호
  • 이형래 경희의대 비뇨기과
  • 승인 2017.12.22 11:21
  • 호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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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42]

70대 남자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농사를 짓는다는 노인은 몇 해 전부터 피곤할 때마다 소변색이 붉어졌지만 대수롭지 않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명절에 집에 온 아들이 변기에 고인 아버지의 붉은 소변을 발견하고는 억지로 병원에 끌고 왔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부터 여름만 되면 소변이 진해졌고 그때에도 특별한 통증은 없어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는 환자. 정밀검사 결과, 그의 병명은 방광암이었다. 이미 암은 상당히 진행돼 치료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방광암이 수년 전부터 진행돼 왔던 것이다.

소변은 혈액에서 신장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만들어진 소변은 요관과 방광, 요도를 거쳐 체외로 배출된다. 소변 횟수는 계절이나 기온, 마신 물의 양,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루 평균 3~5회 정도 소변을 보며 남자는 1000~1500㎖, 여자는 800~1200㎖의 소변을 배출한다. 신장은 우리 몸의 수분상태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서 몸에 수분이 많을 때에는 소변이 투명하게 나오고 몸에 수분이 부족할 때에는 어두운 노란색을 띤다.

이처럼 소변색을 통해서 몸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갈색 빛의 맑은 소변은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피가 소변에 섞여 있는 경우, 선홍색 혈뇨부터 콜라색까지 다양한 색이 나타나는데 어떤 경우든 소변에 붉은색이 비치면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뇨가 나타난다 해도 통증은 거의 없으며, 증상 없이 혈뇨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위험한 상태가 많다. 희귀한 선천적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병이 있는 사람의 소변 색깔은 붉은색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붉은 소변은 그야말로 건강의 적신호인 것이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원인은 다양하다. 단순히 방광에 염증이 있어 점막이 손상된 경우에 피가 날 수 있는데, 이것을 요로감염이라 한다. 이런 경우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금세 회복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염증이 신장까지 퍼져 있는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

고열과 오한이 있는 상태에서 혈뇨까지 동반된다면 응급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신속하게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단순 감기로 오인해 방치할 경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요로결석 역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는 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5~8% 정도가 살면서 한 번 정도는 겪는 흔한 질환이다. 

붉은색 소변의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는 요로 계통의 암이 있다. 콩팥의 수뇨관부터 방광까지의 점막은 이형세포라는 같은 조직으로 되어 있는데, 소변이 원활하게 배출되고 주변 장기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소변이 나가는 모든 길은 비슷한 구조로 코팅돼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로 이 이형세포에 생기는 암이 이형 상피암이다. 같은 세포지만 종양이 처음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신우암이 되기도 하고, 요관암이 되기도 하며, 방광암이 되기도 한다. 요로 계통의 암이 위험한 이유는 암세포가 소변을 타고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재발이 잘되는데, 초기 증상은 거의 없고 오직 붉은색 소변, 즉 혈뇨가 제일 흔한 증상이다.

보통 혈뇨가 관찰됐을 때에는 위에서 언급한 질환들이 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학이라는 것은, 또 사람의 몸이라는 것은 늘 의외성과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 혈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붉은색 소변을 발견하고 당황한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서며 나에게 묻는다. “왜 소변이 붉게 나올까요?”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검사를 해봅시다.”

원인을 찾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눈으로 붉은 소변을 확인했다면 분명 우리 몸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점이다, ‘적색 소변은 건강의 적신호’, 이 말을 꼭 기억하도록 하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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