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영구평화는 불가능한가
한반도의 영구평화는 불가능한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12.22 11:27
  • 호수 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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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크든 작든 동등한 권리 가질 때 평화 가능

[백세시대=오현주기자]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국 거주 미국인들에 대한 소개령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한반도 전쟁설이 파다하다. 왕홍광 예비역 중장은 “지금부터 내년 3월말까지 언제든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해 중국 동부지역에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북‧중 접경 지역에 대공미사일 배치를 해야 하고 북한의 전쟁 피난민을 위한 잠재적인 인도지원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씽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이 최대 평양 이남까지 진입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군은 북한의 영역 깊숙이 들어와 서쪽의 남포에서 동쪽의 원산에 이르는 ‘남포-원산’ 라인을 형성하고 평양 및 평북 영변의 북한 핵시설을 모두 장악한다는 시나리오다. 랜드연구소 관계자는 “이 시나리오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제 검토하고 있는 내용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은 전쟁 공포에 시달린 나머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과연 한반도에 영원한 평화는 오지 않는 걸까.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일찌감치 영원한 평화의 실현을 바라며 ‘영원한 평화’란 책을 펴냈다. 100쪽 조금 넘는 이 책이 독일에선 1795년 발간됐다. 일본은 1985년에 번역돼 2004년에 35쇄를 찍었다. 한국에선 최근에야 번역돼 1쇄가 팔리는 중이다. 

칸트의 ‘영원한 평화’는 제1차 세계 대전 직후 전 세계 국가들에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기미독립선언, 국제연맹 규약, 유엔헌장 등이 칸트의 평화이론에 근거했다. 칸트는 아무리 약소국이라도 국민의 의사 없이 강대국이 강탈하거나 병탄하면 안 된다고 했고,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들의 연방제에 기초해있어야 한다고 했다.  

칸트가 말하는 영원한 평화란 ‘국가마다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의 평화’를 말한다. 강대국이 여러 나라를 복속시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자유의 무덤 속 평화’가 아니다. 평화란 것은 정치적으로 최고의 선이고, 정치적 최고의 선이 인간이 지향하는 모든 가치 중의 최고이다. 국가는 하나의 공동체이며 그 안에서 끊임없이 화합의 가치를 얻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려면 화합해야 한다. 그래서 플라톤은 ‘국가’(Politeia)에서 ‘국가에 가장 해독이 되는 인물은 이간질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칸트는 “세계 평화는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도 아니고 협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필수조건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썼다.   

칸트는 영원한 평화를 위한 기획을 책에서 소개했다. 국가는 다른 나라의 능동적 침해가 있을 때 대응하는 전쟁의 수단을 갖는다. 전쟁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국가 간 전쟁은 징벌적, 섬멸적, 도덕적 우열관계가 있어서는 안된다. 저들은 악의 축이고 우리는 선의 사도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서 저들을 벌주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가 겁도 없이 쳐들어왔을 때 적당히 본때를 보여주어야지 아예 씨를 말리면(섬멸) 안 되며 최소한 독립국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쟁 후 배상금을 물리거나 식민지화해서도 안 된다. 간첩파견은 인간모독이라 안 된다. 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는 자체가 인간모독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나라마다 종교와 언어가 다른 점이 분쟁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 점이 각각의 민족에게 독립성과 자존감을 부여함으로써 이들 나라가 평화를 희구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고 결론지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완전히 제압해 하나의 보편왕국이 되는 것보다는 각각의 나라들이 독립을 유지하면서 화합을 유지하는 게 훨씬 좋다는 것이다.

칸트의 영원한 평화 이론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의 국가 간에도 적용되는 교훈적인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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