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크레인
범고래 한 마리 들어 올리자
바다가 통째
하늘로 올라왔다
신혜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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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이다. 크레인이 들어 올린 것이 범고래이고, 범고래와 함께 바다도 함께 하늘로 딸려 올라가다니. 그래서 범고래는 하늘에서 저리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것이었구나.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면서 천지 못 가는 곳이 없이 마음대로 제 동무들과 함께 유유자적하고 있는 것이구나. 제 동무들과만 떼 지어 몰려다니겠는가. 때로는 산양과도 조우하고 북극곰과도 만날 것이고, 먼 길 떠나는 기러기떼와도 함께 날아갈 수도 있겠지. 그것뿐이겠는가 북극지방에서 나타나는 오로라 따라 마음껏 춤을 출 수도 물병자리 별과도 희롱할 수 있겠지.
삭막한 도시를 구성하는 크레인을 소재로 하여 단 3행에다 이토록 완벽한 시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카시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언제 어디서든 만나는 내 주변의 사물이나 풍경이 주는 시적 정서를 낚아채 날 이미지 그대로를 구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디카시가 많은 독자들께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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