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양성한 간호사 근속연수 5.4년… 처우 개선 시급
애써 양성한 간호사 근속연수 5.4년… 처우 개선 시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2.22 13:04
  • 호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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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근무 환경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1월 한림대 성심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한 것과 관련해 규탄하고 있는 여성단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한림대 성심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한 것과 관련해 규탄하고 있는 여성단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식사시간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과중업무에 환자‧동료의 성희롱까지

신입 간호사에 열정페이 강요… 선배 간호사의 후배 괴롭힘 문화도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최근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장기자랑에서 추도록 강요한 ‘한림대 성심병원 사태’ 이후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환자와 동료로부터 받는 성희롱, 신규 간호사들에게 비현실적인 급여를 제공한 사건까지 간호사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최근 한림대 성심병원 5곳을 운영하는 일송학원이 재단 체육대회 장기자랑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춤을 추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논란이 계속되자 재단은 지난 11월 14일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또한 ‘신입 간호사 열정페이’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신입 간호사 월급이 시급 1490원 수준인 36만원이라는 사실이 폭로돼서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6470원인데 말이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교육기간에도 정식임금을 다 줘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하며 3년 차 미만 간호사들에게 급여를 소급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간호사 이직률 34%

현재 대한민국은 수십 년째 간호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들은 제발 와달라고 아우성인데, 간호사들은 힘들게 공부해 전문 면허를 따고도 일을 쉴 수밖에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4%, 간호사 평균 근속 연수는 5.4년에 불과하다.  

중도 퇴사와 이직의 주요 원인으로는 법정 인력기준을 지키지 않는데 따른 과중한 업무량 및 낮은 보수,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이 꼽혔다.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살인적인 업무량과 임금 수준을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 간호사들의 공통된 목소리인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국내 간호사의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에서 정한 것일 뿐이다. 간호사들은 통상 주간(데이), 저녁(이브닝), 야간(나이트)으로 근무시간을 나눠 3교대 근무를 한다. 그러다보니 교대를 위한 업무 인계, 약을 환자 처방전과 맞추는 작업까지 끝내면 주 40시간을 훌쩍 넘긴다.

A 대학병원의 간호사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하루 8시간 이상, 심하면 14시간까지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그렇다고 추가 수당도 받지 못한다. 근무시간보다 더 일한다고 생각하는 게 의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점심시간 또한 15분에 불과해 밥을 먹고 서둘러 병동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당에 사람이 많거나, 식사 중 대화가 길어져 이 시간을 넘기면 동료들의 점심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허겁지겁 먹을 수밖에 없어 항상 소화불량을 달고 산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서비스 노동자 노동시간과 점심시간 실태’에서도 간호사들의 평균 점심시간은 18분이었다. 그러다보니 휴식시간은 커녕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다”고 토로한다.

◇간호사 ‘태움’ 문화, 임신순번제 여전

이뿐만이 아니다. 간호사 조직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는 ‘태움’(선배가 후배를 교육하면서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의미) 문화와 임신순번제 같은 어처구니없는 행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태움은 ‘호되게 가르쳐야 제대로 배운다’는 명목 하에 감정노동으로 쌓인 본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도구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간호수급 대책 마련을 통한 간호사 적정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더불어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하는 병원에 대해 각종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등의 처벌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기존의 간호관리료 산정 기준을 병상 기준에서 환자 기준으로 바꿈으로써 중소병원들의 간호사 채용에 대한 수가 인상효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며 “의료 취약지에서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경우에도 간호인력 추가 채용 분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 업무영역과 역할, 범위를 명확히 해 간호사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는 인력을 최대한 줄일 것”이라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병원에는 병원평가 후 지원하는 ‘의료질 평가 지원금’을 삭감하는 등 여러 정부지원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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