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조이는 ‘대동맥판 협착증’… 70대 이상서 많아
심장을 조이는 ‘대동맥판 협착증’… 70대 이상서 많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2.22 13:20
  • 호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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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판 협착증 증상과 치료법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 판막에 칼슘 성분이 쌓여 생기는 노화 질환

초기엔 증상 없다가 심해지면 흉통‧어지럼증… 중증엔 인공판막 수술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오영숙(74) 어르신은 최근 가벼운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가 청진 후 ‘심잡음’(심장 내에 이상이 생겨서 나는 잡음)이 들린다는 소견을 받고 대학병원 심장내과에 방문했다. 그동안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 오 어르신은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심장초음파를 진행했고, 대동맥판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동맥판막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하며, 대동맥의 혈액이 좌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동맥판 협착증이란, 이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면서 잘 열리지 않아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이동하는 과정에 장애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장은 더욱 더 강하게 수축하는데, 이런 현상이 계속될수록 심장 근육은 더 두꺼워지게 된다. 그러나 나가는 피의 양은 제한되다 보니 호흡 곤란, 흉통 및 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동맥판 협착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1년 5838명에서 2016년 1만681명으로 늘어나 연평균 12.8% 증가했다. 특히 2016년 기준 연령대별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70대 이상(66.8%)이 가장 많았고 60대(21%), 50대(8.4%) 순이었다. 

이처럼 고령층에서 대동맥판 협착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십 년간 판막이 열리고 닫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딱딱한 칼슘 성분이 축적돼 석회화가 진행되는 퇴행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상훈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대동맥판 협착증이 5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연령증가에 따른 판막의 석회화 때문이며, 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진행된다”고 말했다.

대동맥판 협착증은 심장과 대동맥 사이 판막 틈이 좁아져 피가 잘 돌지 못하면서 흉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림은 세 개의 얇은 판막이 잘 갈라져 있는 정상 판막(왼쪽)과 석회가 끼어 판막이 서로 붙어 있는 대동맥판 협착증 환자의 판막(오른쪽)의 모습. 	그림=건보공단
대동맥판 협착증은 심장과 대동맥 사이 판막 틈이 좁아져 피가 잘 돌지 못하면서 흉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림은 세 개의 얇은 판막이 잘 갈라져 있는 정상 판막(왼쪽)과 석회가 끼어 판막이 서로 붙어 있는 대동맥판 협착증 환자의 판막(오른쪽)의 모습. 그림=건보공단

◇대동맥판 협착증 증상

대동맥판 협착증의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증상 또한 다르다. 협착증의 정도가 중등도 이하인  경우에는 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고, 중증으로 매우 좁아져 있어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진행됐을 경우에는 가슴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예후는 급격하게 나빠져서 수술을 안 했을 경우 2~5년 내에 대부분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판막 협착이 심하게 나타나면 △흉통 또는 가슴 조임 △어지러움 △활동량이 증가했을 때 피로함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먼저 심장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판막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심장전문의는 청진을 통해 심잡음을 확인하게 되며 흉부 X선촬영, 심전도,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한다. 

심장초음파는 심장 기능과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심한 정도를 평가하고, 다른 판막질환의 여부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검사로, 보다 정밀한 평가를 위해 경식도 심장초음파(심장 내시경)나 운동부하검사(30분 정도 운동 하면서 심장 활동력 측정), 심도자 검사(심장질환 특수 치료 위해 실시하는 정밀검사) 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동맥판 협착증 치료

현재 어떠한 약물치료도 대동맥판 협착을 정상화 시킬 수는 없다. 다만, 환자의 호흡곤란을 완화하거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중증 대동맥판 협착증의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적 방법이 추천된다. 수술은 흉곽과 심장을 열어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 판막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보통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금속이나 돼지의 조직을 이용해 만든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대동맥판막 치환 수술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전신 마취 하에 가슴을 열고 인공심폐기를 이용하는 개흉수술이 필수적이지만 고령의 대동맥판 협착증 환자의 경우 당뇨, 신부전, 뇌경색 등의 여러 질환이 동반돼 있고,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 후 높은 사망률과 합병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나쁜 전신 상태로 수술 자체를 받지 못하거나, 환자 혹은 보호자가 수술의 위험성 때문에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이라고 하여 대퇴부나 어깨 쪽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피부에 바늘을 찔러 삽입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이는 수술에 비해 환자의 몸에 부담이 적고 회복시간이 빨라 일상생활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 교수는 “대동맥판 협착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심각한 심장 합병증으로 진행돼 호흡곤란, 폐부종 등 심부전 증상과 반복적인 실신 및 급사의 위험이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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