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 때문에 멍드는 평창올림픽
한탕주의 때문에 멍드는 평창올림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2.29 10:52
  • 호수 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요즘엔 나이를 막론하고 참 여행을 많이 다닌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3일 이상의 연휴가 생기면 대뜸 여행지부터 물색한다. 욜로족이 아니더라도 악착같이 돈 모으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사회생활로 잃었던 활력을 되찾으려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제주도가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였다. 내륙지방보다는 다소 많은 비용이 들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이국적 풍경을 느낄 수 있기에 많은 여행객들의 목적지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10년새 여행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국내보다는 해외여행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경제가 더디지만 성장했고 저가항공사가 등장하면서 일본, 중국 등 근거리 국가의 항공료가 싸진 덕분에 여행가방을 짊어지고 해외로 많이 나가게 됐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여행지 물가 상승이다. “제주도 갈 바엔 일본 가지”라는 말을 여행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출국 날짜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일본 왕복 항공료와 제주도 왕복 항공료가 별 차이가 없을 때도 있다. 일본이 물가가 비싸다곤 하지만 엔화가 많이 떨어지면서 국내 물가와 체감상 비슷해진 것도 한몫했다.

가장 발목을 잡는 건 숙박비다. 항공료 다음으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숙박비인데 국내 웬만한 숙박시설이 외국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굳이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경기권에 위치한 펜션의 주말 숙박비는 2인 기준 12만원 내외다. 이 돈이면 외국 어디를 가더라도 나쁘지 않은 숙박시설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지역도 마찬가지다. 한때 올림픽 기간 일부 모텔 숙박료가 8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동계올림픽에 큰 관심은 없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고 해서 직접 보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어이없는 가격에 손사래를 치며 평창행을 포기했다. 실제로 해당 모텔 웹사이트 댓글에는 “여기 하루 묵을 돈이면 일본이나 중국 2박3일 여행도 가능해요”라는 조롱 섞인 글도 볼 수 있다. 

한 숙박업소 관계자의 인터뷰는 더욱 공분을 사게 만들었다. “한번 욕 먹고 큰 돈 벌면 그만”이란 식의 내용이 보도되자 집단 보이콧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올림픽이 코앞에 닥쳤지만 여전히 많은 객실이 예약 손님이 없어 텅텅 빌 판이다.

급기야 숙박업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2인실 기준 13만~16만원만 받는다고 선언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나친 한탕주의는 독이 된다. 그 독이 평창올림픽 잔치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