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으로 확대되는 ‘호스피스병동’ 편안한 임종 맞이하게 도와
요양병원으로 확대되는 ‘호스피스병동’ 편안한 임종 맞이하게 도와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2.29 13:11
  • 호수 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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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백세요양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한 어르신이 원예치료사와 함께 화분을 심으며 심리적 위안을 얻고 있다.
청라백세요양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한 어르신이 원예치료사와 함께 화분을 심으며 심리적 위안을 얻고 있다.

청라백세요양병원 등 11곳 시범운영… 기존 완화의료전문기관 못잖아

연명치료 대신 적극적인 통증치료… 가족들의 마음까지 치유해 호평 받아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주로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운영되던 호스피스병동이 요양병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 확대에 있어 요양병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9월부터 턱없이 부족한 호스피스 병상 확보와 늘어난 요양병원 질 향상을 위해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요양병원 11개소(124개 병상)를 호스피스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지정했다. 당초 15개 요양병원이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됐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호스피스완화의료전담팀의 사후 질 관리 등을 통해 현재는 11개 기관만이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시범사업기관으로 지정된 요양병원들은 이번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그동안 ‘저질 서비스’, ‘열악한 시설’ 등의 편견을 벗겠다는 다짐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에 뛰어들었고,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과의 결합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한 워크숍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요양병원은 △환자 및 가족 집단교육 횟수 △환자 입원 시 초기 평가 △주기적인 통증 체크 △통증 재평가 등에서 완화의료전문기관(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간호 인력, 사회복지사 등급 또한 높은 편이었고, 평균 재원기간은 병원급보다 다소 긴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규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 중간평가 결과를 보면 기존 완화의료전문기관과 비교해 뒤쳐지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시범사업 결과를 기반으로  2월 본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서비스가 본격 사업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요양병원 호스피스병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의 청라백세요양병원을 찾았다. 

호스피스병동 하면 왠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질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기자가 찾아간 청라백세요양병원은 이런 예상을 무색하게 했다. 오히려 밝은 분위기 속에서 가족들, 간호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치료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환자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주는 입원실과 함께 주변 또한 산으로 둘러 싸여 있어 맑은 공기, 쾌적한 환경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청라백세요양병원은 1인실 2개, 2인실 2개, 4인실 1개 등 총 10병상의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인실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 부담 또한 낮다는 게 큰 장점이다.  

호스피스병동 내에는 임종실, 프로그램실, 상담실 등의 시설이 갖춰졌으며 음악치료와 원예치료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주치의 1명, 간호사 5명, 사회복지사 1명, 음악치료사 1명, 원예치료사 1명, 봉사자, 성직자 등으로 이뤄진 호스피스완화의료 돌봄팀이 구성돼 있다. 

이들은 통증 등 환자를 힘들게 하는 신체적 증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통증을 경감시키는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음악, 요가, 마사지, 이‧미용서비스, 가족 돌봄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신체적으로 존엄과 품위 있는 삶 유지를 추구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환자와 가족이 함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임종 전, 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남겨진 가족에게는 상실의 슬픔을 잘 해소할 수 있도록 1년 이상의 정기적인 사별 돌봄도 시행하고 있다.

정양수 청라백세요양병원 원장은 “환자가 임종하기 전까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찾아 실현되게끔 도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원장은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행했다고 한다. “평소 바둑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던 80세 폐암 말기 환자에게는 바둑 친구를 불러 만나게 해주었어요. 그때 환하게 웃던 환자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 또한 경관식이법(튜브 등을 통해 소화기에 유동식을 주입하는 식이법)을 하고 있던 암환자에게는 평소 그토록 소원이었던 막걸리 마시기를 위해 입으로 음식을 삼키는 훈련을 한 뒤 오전 회진 때 직접 막걸리를 따라 주기도 했답니다.” 

요양병원 호스피스병동은 일반 병동과 달리 통증치료를 위주로 하고 있다. 말기 암환자들의 70~80%가 대부분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비록 항암치료는 받지 않더라도 환자를 힘들게 하는 통증, 구토 등은 적극적인 통증치료를 통해 조절하고 있다. 이같은 환자들에게 처치를 위해 하는 치료는 오히려 환자들의 심신의 고통만 증가시켜서다.

하지만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호스피스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인식은 아직 사회 전반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환자 본인이 ‘호스피스=죽음’으로 받아들여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현대인들에게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임종을 미리 준비하고 편안히 눈감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앞으로 호스피스 병원이 늘고 인력이 확충돼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마지막 길을 준비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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