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치매 국가책임제의 선봉 ‘치매안심센터’를 가다
[신년특집]치매 국가책임제의 선봉 ‘치매안심센터’를 가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2.29 13:13
  • 호수 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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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치매가 의심된다면 방문… 상담·검진도 받고 예방체조까지
치매 고위험군 어르신들이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서 운동치료 전 주먹 쥐고 펴기 등의 준비운동을 하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치매 고위험군 어르신들이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서 운동치료 전 주먹 쥐고 펴기 등의 준비운동을 하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매일 학교 가듯 들러 작업·운동치료… “지친 심신에 활력소 얻을 수 있어”

치매 전단계, 경증, 중증 환자별 맞춤 운영… 치매가족 위한 프로그램도

[백세시대=배지영기자]

경도인지장애 환자인 김 모(74) 어르신의 하루는 바쁘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인지치료, 운동치료 등 의 프로그램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어르신은 자신이 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깜빡깜빡 기억을 잊는 경우가 많아 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고 말한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화 관련 질병인 치매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환자 수는 약 68만8000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유병률은 약 10%다. 이같은 추세라면 치매환자는 2030년 약 127만명, 2050년에는 약 271만명으로 2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전망이다.  

치매는 완치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치매 종류에 따라 평소 잘 관리하면 고칠 수 있는 치매도 있고 진행을 늦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의 치매가 의심되거나 혹은 가까운 이들이 그렇다면 ‘치매안심센터’에서 검진과 상담,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치매안심센터는 기존 치매지원센터를 변경하거나 신규로 설치해 자치구 당 한 곳씩 운영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에 대한 인식개선사업부터 치매예방 클리닉, 치매조기 검진 및 치료비 지원 사업 등이 운영되며, 종합적인 치료는 물론 예방과 발견, 보호 등의 관리가 제공된다. 이에 기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강서구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 알아보았다.

◇강서치매안심센터, 주민을 위한 치매예방교실 운영

강서구치매안심센터는 강서구보건소가 이대목동병원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강서구 내 만 60세 이상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치매예방과 인식개선, 조기검진, 치매등록관리서비스 제공, 지역자원 연계 등 치매예방에서부터 조기발견 및 재활, 진행단계별 치매통합관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치매 조기검진은 만 60세 이상 지역주민이라면 신분증 지참 시 모두 할 수 있다. 센터를 통해 치매 상담과 검진을 신청하면 치매 선별검사를 통해 정밀검사를 시행하면서 정상군, 고위험군, 치매군 등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정상군에게는 치매예방 정보 제공과 1년 후 재검진 등을 제공하고 고위험군에는 치매예방 프로그램과 치매위험인자 조절 및 관리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더불어 치매군에게는 방문간호 서비스와 인지재활 프로그램, 배회구조 물품, 뇌영상검사 등의 원인확진검사 등이 제공된다.  

이처럼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는 치매 전 단계 프로그램부터 경증치매 환자들을 위한 작업‧미술‧운동‧음악치료 프로그램인 ‘온돌누리’가 운영된다. 또한 중증치매 환자들을 위해서는 ‘스마일 두뇌학교’, ‘애프터 스쿨’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정상군을 대상으로 한 예방 프로그램인 ‘장수노리터’, ‘헬로우 해마교실’ 등도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도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치매예방교육인 ‘기억튼튼 청춘학당’이 매주 목요일마다 실시되고 있다.

어르신들이 전두엽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 구멍 난 틈에 퍼즐을 맞추는 작업 치료를 하고 있다.

◇지남력‧신체기능 향상 위한 치료

기자는 이 중 치매 고위험군(경도인지장애)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인지건강센터 내 ‘작업치료’와 ‘운동치료’를 참관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은 총 15명이었는데, 부부 내외부터 친구끼리 참여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했다. 

우선 작업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집중력 향상을 위해 스트레칭이 먼저 실시됐다. 총 9명의 어르신들은 앉은 자세에서 목 돌리기부터 시작해 어깨 돌리기, 손 털기, 주먹 쥐고 펴기, 손가락 맞추기 등의 순서대로 준비운동을 한 다음 지남력(시간‧장소‧사람을 아는 능력) 향상을 위한 인사 나누기와 날짜 확인하기 등을 실시했다.

어르신들은 각자 제공받은 문제지에 연도, 월, 일, 요일 등의 순서대로 날짜를 쓴 다음 자신의 이름을 기입했다. 이후 자신의 집주소와 함께 본인, 배우자, 자식 중 기억하고 있는 핸드폰 번호, 오늘 다녀온 장소의 순서, 본인 형제의 이름, 자녀들의 주소, 오늘 아침‧점심‧저녁 식사 메뉴 등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정확한 집주소와 함께 휴대폰 번호를 기입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또한 당일 치매센터에 오기 전 들렀던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정류장 등의 장소를 기억해내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이에 김동훈 작업치료사는 “휴대폰 번호가 기억이 잘 나지 않으면 지금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다시 한번 번호를 확인해보라. 치매 어르신들의 경우 길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휴대폰 번호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필수”라면서 “오늘 아침에 거쳐 온 정류장들이 생각나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심히 확인해보고 형제 이름 또한 얼굴을 떠올리면서 기억해보라”고 전했다.

이같은 지남력 훈련이 끝난 뒤에는 기억력을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훈련을 시작했다. 몇 가지의 단어를 제시한 후 그 단어로 이야기를 만들고 이후에 다시 기억해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오리, 다림질, 우산 등의 단어를 제시하면 어르신들이 ‘오리가 우산을 쓰고 다림질을 한다’ 등의 문장을 만들어 낸 다음 10~15분 뒤 다시 그 문장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2~3명의 어르신들을 제외하곤 문장뿐만 아니라 단어조차 기억해내는 것을 어려워했다.  

이후에도 어르신들의 전두엽 기능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퍼즐 맞추기가 진행됐다. 김 작업치료사는 “작업치료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상자의 기억력 등 여러 인지능력을 훈련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체적, 정신적인 이유로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의미 있는 치료적 활동을 통해 최대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능동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는 6명의 어르신들이 운동치료를 실시하고 있었다. 운동치료는 다양한 운동도구를 활용해 신체기능 상태에 맞는 운동을 실시함으로써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인지기능 향상과 신체건강 및 일상생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주는 활동이다.

이날 운동치료는 이태성 운동처방사와 함께 준비운동부터 시작해 제자리 걷기, 상체 가동범위 증진 운동, 마무리 운동 순으로 진행됐다. 치매 어르신들의 올바른 보행과 상체 관절 가동 범위 증진을 위해서다.

준비운동으로는 상체 스트레칭이 실시됐으며, 고관절을 충분히 써서 제자리 걷기를 함으로써 어르신들이 평소 올바르게 걸을 수 있도록 교육했다. 상체 가동범위 증진 운동은 폼롤러를 이용해 경추, 흉추, 요추 부위 근육들의 근막 이완운동을 실시했으며, 어르신들이 근막 이완 도중에도 호흡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태성 운동처방사는 “어르신들의 경우 관절부위가 좋지 않다보니 걸음걸이가 불편할 수밖에 없어 이를 편하게 해주는 운동 위주로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가지 프로그램이 끝난 뒤 환자들은 “치매 노인들에게 너무 유익하고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용호(78) 어르신은 “막내딸의 추천으로 지난해부터 치매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면서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짜증나고 불안한 마음만 생기기 마련인데, 이곳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활력소를 얻음과 동시에 비슷한 사정에 있는 노인들과 말벗도 할 수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재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는 이같은 인지치료, 운동치료 외에도 그리기, 조각, 만들기 등의 다양한 미술활동으로 심리적 문제와 감정을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미술치료’와 함께 오카리나, 우쿠렐레 등 ‘음악치료’도 운영 중에 있다.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치료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신경세포는 망가지면 회복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며 “운동 치료, 인지 치료 등의 다양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치매 진행시기는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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