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2년 만에 연락 채널 복원… 고위급 회담선 ‘비핵화’ 원칙 확실히
남북한, 2년 만에 연락 채널 복원… 고위급 회담선 ‘비핵화’ 원칙 확실히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8.01.05 10:45
  • 호수 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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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 표명을 시작으로 남한 정부의 고위급 회담 제안, 판문점 연락채널 재가동 등 남북이 연이어 서로에게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남북 관계 복원에 물꼬가 트이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다”며 사실상 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 대표단의 올림픽 파견과 당국회담 뜻을 밝힌 것은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획기적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화답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과 남북 당국 대화를 제안한 데 대한 하루 만의 화답이다.

곧이어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1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 이는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남북 관계 복원으로 이어지는 돌파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 간 판문점 연락 채널이 1월 3일 다시 개통됐다. 지난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북한이 군 통신선과 판문점 채널을 동시에 끊은 지 2년 만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판문점 채널로 연락을 해왔고 통신선 이상 등 기술적 점검을 한 뒤 오후 6시 7분께 북측의 요청으로 접촉을 마무리했다. 

연락 채널 정상화는 남북관계 복원의 첫걸음으로,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남북이 매일 하루 두 차례씩 전화통화를 이어가던 판문점 연락 채널은 남북 대화 통로가 상시적으로 열려 있다는 상징성 외에도, 소통 부재로 인해 오해가 불거지는 걸 미연에 막고 긴급 상황을 공유하는 실질적인 숨구멍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이 연락 채널이 정상화됨에 따라 남북 고위급 회담은 어떤 형태로든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담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미동맹의 뼈대나 비핵화 대원칙에 반하는 제안을 해 올 경우 우리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된다. 

조명균 장관이 브리핑에서 “서로의 관심사항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기되는 여러 우려를 알고 있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은 이같은 점을 우려한 발언이라 여겨진다. 

이에 따라, 남북 고위급 회담은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남북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대화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우발충돌 가능성을 줄이고, 한반도 평화 구축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이정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대신 분명한 전제는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일단 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은 비핵화라는 원칙에 벗어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미군 철수 등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한미동맹 균열과 남남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칫 북한과의 관계 복원에만 매달려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한다면 북핵 해결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 언론들이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거나 “한미관계에 불씨를 안겼다”며 김정은 신년사 이후 우리 정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원칙과 이를 위한 한미 공조의 확고함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작은 성과에 집착해 조바심 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연락 채널 복원이 남북 대화 재개의 전환점이 되어서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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