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 체온을 다스려라
36.8℃, 체온을 다스려라
  • 김대현 계명의대 가정의학과
  • 승인 2018.01.05 10:54
  • 호수 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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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44]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김천근(가명) 씨는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어깨가 아프고 오슬오슬 춥기 시작했다. 결국 집에 도착하자 한기가 느껴지면서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보일러를 올리고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추운 건 여전했다. 그러다 문득 열나는 모양새가 혹 신종플루는 아닌가 싶어 늦은 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응급실을 찾았다.

열이 난다는 것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리는 우리 몸의 가장 원초적인 신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신종플루의 공포에 휩싸였던 몇 해 전부터였다. 신종플루에 걸린 것은 아닌가 싶어 증상이 없는 사람들조차 시시때때로 열을 쟀고, 그 덕에 체온계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 몸의 체온은 평균 36.8℃이다. 평소의 체온보다 1~2℃ 온도가 높아지면 발열상태, 즉 열이 난다고 표현한다. 또한 정상보다 체온이 너무 낮으면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주변에서 열을 전달받기도 하고, 스스로 몸서리치는 동작으로 근육을 떨게 하여 열을 만들어내서 체온을 조절하기도 한다. 

우리 몸은 생체리듬에 따라 체온을 조절하는데, 하루 24시간 중 체온은 새벽 4시에 가장 낮고, 오후 6시에 가장 높다.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거나 날이 더워 체온이 상승하기도 하는데, 열이 너무 높아지면 피부에 있는 혈관과 땀샘이 열을 발산해 체온을 낮추기도 한다. 

특히 여성은 월경 주기에 따라 체온이 주기적으로 변한다. 월경부터 2주 정도는 저온기에 머물다가 배란이 시작되면 약 0.5℃ 가량 체온이 상승한다. 체온 변화가 규칙적인 여성은 체온을 재서 임신이나 피임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김씨처럼 몸살로 인해 체온이 오르는 경우,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 우리 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 등이 있을 때에는 인체 내부에서 면역작용의 하나로 ‘사이토카인’이나 ‘프로스타그란딘’ 같은 면역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때 열이 발생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암세포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체온을 올려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 작용인 셈이다.

결국 열은 우리 몸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 해열제를 사용해 강제로 열을 떨어뜨리는 방법이 옳은 것인지 묻는 이들이 많다. 이 방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38.5℃가 넘는 고열이 지속될 경우, 특히 소아일 경우에는 열 경련으로 자칫 뇌에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빨리 해열제를 먹여 열을 낮추는 것이 좋다.

열이 나는 원인에 따라 열의 양상도 각기 달라진다. 체온이 하루 종일 정상보다 높고 24시간 동안 체온 변화의 폭이 섭씨 1도 이하로 지속되는 열의 경우 폐렴, 장티푸스, 요로감염증 등을 의심해야 한다. 하루 중 몇 시간만 열이 있고 나머지 시간은 정상 체온인 간헐적 발열이나 하루 종일 열이 있다가 이튿날 열이 사라지는 주기성 발열은 말라리아, 농혈증, 패혈증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심내막염 같은 질환은 하루 종일 정상 체온보다 높게 유지되다가 하루 중 변동 폭이 1℃ 이상으로 열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호지킨 림프종 같은 병은 한 주는 체온이 높다가 다음 한 주는 체온이 낮은 특이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 병으로 열이 나타난 경우, 병의 원인을 제거하면 열도 함께 사라지는 만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건강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손길에서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된다. 지나치게 뜨거운 것은 일찍 식을 수 있고, 지나치게 차가운 것은 상대를 얼게 만든다. 따뜻한 체온, 건강한 체온인 36.8℃를 잘 유지하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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