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스스로 서라!
당당히 스스로 서라!
  • 이미정
  • 승인 2008.02.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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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회장

명절이었다.


60대 노인이 ‘자식이 명절인데도 집에 들르지 않는다’고 방화를 했다. 1남 3녀를 두고 있다는 최씨는 현주건조물방화죄로 구속 입건됐다.


불까지 지를 수 밖에 없는 속상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쯧쯧쯧….
최대의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우리사회의 미풍양속이 변화되는 흐름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부모와 조상을 찾아뵈었던 명절휴가를 이제는 해외여행지에서 보낸다고 한다. 연휴 때가 되면 공항이 더 북새통을 이룬다는 소식은 더욱 씁쓸하다.


우리는 그렇게 안 살았는데….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키운 자식들이 제 혼자 다 큰 양 부모를 저버릴 때는 무슨 낙(樂)으로 살까 싶을 것이다. 가난한 시절, 내 입에 들어갈 것도 아까워 자식 입에 넣어주며 흐뭇해했던 것이 우리네 부모의 마음이었는데.


우리를 놀라게 했던 노부모 유기 및 폭행사건들은 더 이상 충격으로 와 닿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아나보다.”


꼭 보상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힘없을 때 마지막 버팀목이라 생각했던 자식들인데….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변하고 있는 사회의 누구를 탓하랴! 그렇다고 언제까지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며,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는 일이다.


지금 헤비타트(Habitat)에서 케어에이벤너(Care-A-Vanners)라는 1000여명의 RV소유자 봉사단을 이끄는 밥과 마지부부의 이야기는 감명 깊다.은행 중역으로 퇴직한 밥과 마지는 여행 중 TV에서 아들부부의 사고영상을 뉴스로 보게 된다.

 

교각 밑을 지나던 바지선과 교각이 부딪히면서 마침 다리 위를 지나던 아들의 차가 물속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긴급히 달려 온 경찰병력이 차량을 건져내는 과정에 다친 며느리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한편 같은 시각, 여행지와 가까운 곳에 미시시피강이 범람해 일노이스주의 주택가가 곧 침수될 위험에 있다고 긴급뉴스가 타전된다.


아들부부의 사고와 곧 침수될 미시시피강의 위험에서 밥과 마지는 고민한다.

 
결국 밥과 마지는 하루가 걸릴만한 아들부부를 찾아가는 것보다는 한시간 거리의 미시시피강에서 자원봉사로 힘을 보태야겠다고 결정한다.


그들은 밤새도록 홍수와의 사투 속에서 행복감에 몸이 떨렸다고 한다. 그들은 이제 RV(여행에 유용하게 만든 차량)봉사단을 이끄는 생의 사명속에서 여생의 기쁨과 보람을 찾았다고 하니 참 자랑스런운 일이다.


만약 우리네 부모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백이면 백, 자식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맨발로 달려가 보지 않았을까? 


이제 자식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조금 놓아버리자. 보상받으려는 마음에 자식에게 기대려했다면 애초에 싹수를 잘라버리자.


건강한 몸에, 30년 이상 남은 보너스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귀하게 남아있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자.

더 이상 자녀들의 사업자금을 대주다 쪽박 찬 못난 부모보다는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당당히 나서는 노년이 되자.


AARP(미국은퇴자협회)의 모토는 ‘노인은 받는 자가 아니라 주는 자이다’이다. 늘 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면 우리가 가진 진짜 자산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한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 받지 않고 줄려고 주위을 돌아보면 이러한 것들이 모두 보물이 된다. 보물을 사회와 함께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면서….


노년이여! 당당히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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