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비상을 응원하며
추리소설의 비상을 응원하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1.12 10:55
  • 호수 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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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눈보라 체이스’를 읽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무라카미 하루키만큼이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다. 출간되는 신작마다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한다. 수년 째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대표적이다. 수년에 한 권씩 내는 하루키와 달리 매년 신간을 발표해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장기는 뭐니뭐니해도 추리소설이다. 간혹 잔잔한 이야기도 쓰지만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추리소설 분야에서 남다른 개성을 발휘한다.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주인공과 매끄럽고 촘촘한 이야기 구성, 허를 찌르는 반전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매번 큰 재미를 준다. 쉬지 않고 쓰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꾸준히 출판한다는 것도 놀랍다. 이번 신작에서도 어이없는 실수로 누명을 쓴 주인공과 그를 돕는 조력자 친구가 스키장을 배경으로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그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뛰어난 추리소설 작가가 나오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 장르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는 출간된 지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영화·드라마로 끊임없이 제작되면서 새로운 독자층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추운 지방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 작가들의 작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은 어둡지만 수백 만권씩 팔리는 엄청난 인기 덕분에 되레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추리를 참 좋아한다. 어느 장소나 모임에 가더라도 추리력을 발동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단 영화에 반전이 없으면 좋은 평점을 받기 어렵다. 막장드라마라 불리는 작품들도 소재가 자극적이어서 그렇지 실상은 시청자와 제작진과의 수수께끼 게임이 주된 포인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추리소설은 걸음마 단계다. 국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열성팬들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공지영, 이외수만큼 널리 사랑을 받는 추리소설 작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때 국내 주류 문단에서는 장르문학을 천대하는 인식이 강했고 이 여파로 쓰려는 사람이 적었다. 다행히 장르소설 전문 계간지가 등장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하다. 

음악과 영화는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세계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학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를 이끌 장르는 어느 나라에서나 사랑받는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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