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老心(노심)이 票心(표심)이다
[심천칼럼] 老心(노심)이 票心(표심)이다
  • super
  • 승인 2006.08.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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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독일군은 처칠의 땅 영국은 밟지 못했다.

 

그런 처칠을 영국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외면해 버렸다. 전쟁이 끝났으므로 더 이상 영국에서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951년, 77세 때에 다시 정치무대에 복귀하여 85세까지 내리 하원의원을 했다.


선거에서 표심의 변화가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당선자들도 새겨두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도 표심은 쓸모가 없으면 버린다.


이번 제4대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여러 분석이 있을 수 있다. 균형과 견제가 없는 기형적인 지방정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관전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老心(노심)이다.


노년층은 투표율이 높다. 노년세대가 누군가. 허리띠 졸라매고 안 먹고 안 입으면서 오늘의 부를 일궜다. 이 사회를 만들고 가꾼 사람으로 이 사회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심히 투표한다.

 

물론 이제까지의 모든 선거결과가 교과서에 나오는 것 같이 잘 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노년층의 생각이 반드시 옳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경제, 민주주주의, 지역갈등, 개혁 등 그동안 우리 노년세대는 민주시민 학습을 충분히 했다. 자의든 타의든 과거의 불미스런 경험을 한 적도 있다. 그러고 나서 이번 선거를 했다. 잘못 기표했을 리 없고 그 선택 결과가 장차 나쁘게 나타날 이유도 별로 없다.


패배한 쪽에는 안 된 이야기지만, 이번 선거에서 당선자의 연령대별 구성분포를 보면 참으로 절묘하다. 자치단체장의 경우, 50대 연령층이 광역 시도지사(56%)는 물론이고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장(52.1%) 모두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서 60대 이상 고연령층은 시도지사 16명 중에서 5명으로 26%를 차지했고 시군구의 장 230자리 가운데 74자리 32.1%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40대 미만은 각각 15% 정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에서는 60대 이상 노년세대 당선자가 11%에 불과했다. 반면 40대 미만 세대의 당선자는 49%씩을 차지했다. 젊은 층에게 지방의회에서 활동할 기회를 많이 주고 있는데, 그 숫자를 절묘하게 49%로 제한했다.

 

60대 이상 노년층과 50대 연령층이 표를 합할 경우 51%가 된다. 누가 작심을 하고 짠 시나리오같이 신구세대간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투표율이 높다는 사실 만으로 이번 결과를 老心이 좌우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老心의 작용은 부인하기 어렵다. 당선자들의 구성과 면모를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영국 처칠 수상이 외면당한 것처럼 표심은 변한다. 老心은 살아 있다. 쓸모가 없으면 누구든 버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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