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순한 암인가?
전립선암은 순한 암인가?
  • 나군호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 승인 2018.01.19 10:42
  • 호수 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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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46]

60대 중반의 나자랑 씨는 매주 산에 오를 만큼 건강을 자랑하던 사람이었다. 환갑을 넘긴 그에게 이상증상이 나타난 것은 몇 주 전부터였다. 소변을 보고 나서도 찜찜한 느낌과 함께 잔뇨감이 느껴져 비뇨기과를 찾았다. 

먼저 항문을 통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가 이뤄졌는데, 의사는 딱딱한 결절이 느껴진다고 했다. 혈액을 통해 전립선 특이항원 수치를 확인했고, 이어 조직검사가 이뤄졌다. 검사결과는 전립선암이었다. 

암이라는 결과에 충격을 받은 나씨. 하지만 가족들은 전립선암이 순한 암이자 착한 암이라며 그를 위로했다. ‘암은 암일 뿐, 순한 암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는 전립선암을 왜 착한 암이라고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전립선암은 정말 순한 암일까?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암이 증식해가는 속도가 느리다. 암의 증식이 빨라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돼 발견 당시 수술조차 힘든 경우가 많은 폐암과 비교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어 10년 생존율이 80% 이상으로 예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착한 암이라 해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전이하고 재발하는 암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립선암이라 해도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다른 암처럼 고통을 초래하고 죽음에 이를 만큼 무섭게 돌변한다. 특히 우리나라 남자들의 경우, 전립선암을 단순히 착한 암으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한종 교수팀은 1990년부터 18년 동안 전립선암 환자 1156명의 암세포 분화도를 분석했다. 암세포의 분화도를 ‘2~6점은 좋은 분화도’, ‘7점은 보통의 분화도’, ‘8~10점은 나쁜 분화도’로 분류해 조사했는데 국내 전립선암 환자의 75.7%가 중간 이상의 나쁜 분화도를 나타냈다.

나쁜 분화도라는 것은 암이 악성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중간분화도 이상인 환자가 23~44%, 일본은 56.1%인 것과 비교했을 때, 한국 남성들의 전립선암 세포 분화도는 상당히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 남성에게 나타나는 전립선암은 외국에서 알려진 것처럼 순한 암이 아닌, 순한 양의 탈을 쓴 악성 암이다.
외국에 비해 악성도가 높은 만큼 전립선암 조기검진은 매우 중요한데 다행히 전립선암의 검진은 비교적 간단하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촉진하는 직장수지검사나 비교적 간단한 혈액검사로 전립선암 특이항원검사를 하면 되는데, 그것만으로도 전립선암의 선별이 가능하다.

만약 두 검사로 전립선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을 확진한다.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비뇨기종양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증상이 있어 병원에 내원한 환자보다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를 하다가 전립선암을 발견한 경우가 2.5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증상이 없을 때 암 진단을 받게 되는 것은 당황스럽겠지만, 오히려 조기에 발견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므로 50세가 넘으면 1~2년에 한 번씩 전립선암 특이항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40대부터 검사를 시작해야 하고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든 암이 다 그렇듯 전립선암 역시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동양인에 비해 서구인들에게 높은 이유는 동물성 지방의 섭취와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고열량의 동물성 지방식보다는 녹황색의 채소와 신선한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전립선암뿐 아니라 모든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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