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없으면 스타도 없다
팬이 없으면 스타도 없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1.19 10:43
  • 호수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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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간판 투수 류현진이 아나운서 배현진과 결혼을 했다. 하지만 웬걸,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기사엔 축하하는 말보다 악성 댓글이 더 많았다. 선남선녀가 결혼하는데 왜 악플을 다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경기장 밖 류현진의 태도 때문이었다.

2006년 한화 이글스 입단 직후부터 국내 프로야구계 최고 투수로 군림했던 그는 2013년 LA다저스로 이적한다. 이적 후에도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며 명실상부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한다. 성적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안티팬이 형성된 이유는 팬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수많은 팬들이 연습장에 몰린다. 가뜩이나 LA는 한국교민이 많은 지역인데 류현진을 보기 위해 연습장을 찾았다. 연습이 끝난 후 퇴근하던 선수들은 문 앞에서 기다리던 수많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풍습이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묵묵히 정성을 다해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는데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에게 관심이 몰린 틈을 타 줄행랑치듯 현장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그를 향한 팬심도 급격히 차가워졌다. 연습장까지 류현진을 보러 가기 위해 몇 시간을 달려온 팬에게 모욕감을 준 그의 행동은 그가 숱한 노력으로 쌓아 올린 명성에 흠집을 냈다. 이후 그는 태도를 바꿔 열성을 다해 사인을 해주고 있지만 한 번 등돌린 팬심은 여전히 돌아서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도 같은 이유로 수많은 안티팬을 가지고 있다. 과거 자신의 사인볼을 판다는 이유로 사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밝힌 인터뷰가 재조명되면서 역시 비난을 받고 있다. 선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모범적이었지만 팬들을 대하는 태도는 불량했던 것이다.

반면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은퇴 후 현재까지도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절 그만 돌아가자는 구단 관계자를 나무라고 끝까지 남아 사인을 해준 일화 등 평소 진실하게 팬들을 대하는 자세 덕분에 여전히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일부 프로선수는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가 자신의 실력 때문인 줄 안다. 결론을 말하자면 완전히 틀렸다. 수많은 팬들이 해당 스포츠를 좋아해주기 때문에 이 인기가 선수들에게 실질적 보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는 이런 구조를 잘 알고 팬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한 마리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듯 일부로 인해 해당 스포츠 전체가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팬이 없으면 스타도 없다는 격언을 항상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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