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도전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기적은 도전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1.19 10:46
  • 호수 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사람들은 바깥세상을 궁금해 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 두려움, 일상의 안주 등으로 선뜻 나서지를 못한다. 이를 과감히 깨고 귀농프로그램에서 만난 50대 후반의 남자 셋이 길을 떠났다. 마을버스를 타고 1년 10개월 동안 유럽, 남미, 아메리카 등 7만km를 돌았다. 

이들은 먼저 이동하고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차부터 물색했다. 혜화역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는 12번 마을버스 은수교통. 6개월 뒤 폐차될 운명에 처할 버스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여행기간에 고장 나 멈추면 낭패란 생각에 자동차제작회사에 편지를 냈다. 험한 여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동차 홍보가 될 수 있으니 대신 여행 기간 동안 정비서비스 지원을 부탁했다. 다행히 자동차회사에서 흔쾌히 응했고 출발 전 일체 정비를 해주었다. 마을버스는 규정상 60km 이상 달리지 못하도록 속도제한을 해놓았다. 이 장치 역시 ECU(전자제어장치)를 손봐 100km이상 달릴 수 있게 해주었다.

첫 여행지는 남미의 페루. 이들은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해발 4600m 안데스산맥을 넘었다. 고도가 점차 높아질수록 고산병이 심해졌다. 산소가 부족해 버스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사흘간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서야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왼쪽 절벽은 낙석의 위험이, 오른쪽 낭떠러지는 추락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길가 절벽 끝의 십자가는 이 길을 지나다 낭떠러지에 추락해 사망한 이들의 추모비였다. 천신만고 끝에 일행은 산맥을 무사히 넘어 목적지에 닿았다.

마을버스로 세계여행을 하면서 40명 이상의 사람들을 버스에 태웠다. 아르헨티나에선 찌는 태양 아래서 도움을 구하고 있던 스페인 히치하이커 커플을 태웠고 이후로도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은수에 올라탔다. 몇 명을 더 태운다고 해서 기름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대신 이들의 부족함을 채워줄 선물을 넘치게 가지고 있었다. 한국 남자 셋은 언어는 물론이고 낯선 나라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이러한 부족한 부분들을 그들이 채워주었다. 

콜롬비아 메데인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문 적이 있다. 이곳에서 애들린이라는 독일여성을 만났다. 동독 출신으로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컬럼니스트였다. 그녀는 메데인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었다. 그녀는 형편이 어려운지 숙박비와 식사 등을 이들에게 의지했다. 이들은 파나마로 떠나는 페리를 예약해야 했는데 언어 문제로 곤란을 겪었다. 다행히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도 잘하는 이 여성 덕분에 난관을 쉽게 해결했다. 그 후 독일의 드레스덴을 지날 때 이 여성이 SNS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 그녀는 “전에 진 신세를 갚기 위해 드레스덴 명소를 안내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22개월 동안 50여 차례 국경을 넘었다. 그때마다 야릇한 긴장감에 휩싸이곤 했다. 볼리비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세관원이 차안의 벽을 뜯어냈다.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로 들어오는 국경에선 농산물 반입을 막았다. 은수교통에는 달걀 한판이 실려 있었다. 버리긴 아까웠다. 먹는 것은 상관없다고 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은 양의 날달걀을 한 자리에서 깨먹어야 했다. 

뜻하지 않은 불행을 당하기도 했다. 로마에서는 중요한 짐을 도둑맞았다. 스위스경찰은 은수의 자동차보험 기한이 하루가 지나 무보험운전이라며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려고 했다. 멕시코 국경에서는 은수의 무게가 3.5톤을 넘는다는 이유로 국경통과가 거부됐다. 

그러나 신기한 건 그럴 때마다 어디선가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났고 그들로 인해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계획한 대로 된 적이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낭패만 당한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고난이라는 수레에는 시련만 담겨있지 않고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따라온다’는 이치를 배웠다. 그리고 ‘우연이나 기적이라고 하는 것들은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들에게 주는 보너스’라는 사실도 덤으로 깨달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