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키스트 아워’ 철수작전 결행한 처칠의 고뇌와 결단
영화 ‘다키스트 아워’ 철수작전 결행한 처칠의 고뇌와 결단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1.19 13:22
  • 호수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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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연합군 생환 작전 지시 내리기 전 내적 갈등 그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해 7월 개봉해 호평받은 영화 ‘덩케르크’.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8일간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서 이뤄진 영국군의 ‘다이나모 철수 작전’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인간의 나약함과 전쟁의 잔혹함을 잘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왜 이 작전이 시작됐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제작사와 감독이 다르지만 ‘덩케르크’의 앞 이야기를 다루며 묘하게 한 쌍이 되는 영화 한 편이 1월 11일 개봉했다. 화제의 작품은 2차 대전의 영웅인 영국 수상 처칠이 철수 작전을 결행하기 전 4주간 겪었던 고뇌를 그린 ‘다키스트 아워’다. 

앞서 ‘덩케르크’가 드넓은 바다와 상공, 해변을 무대로 병사들의 고립과 탈출 과정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어두컴컴한 지하 워룸(작전실, War Room) 안에서 머리를 맞댄 영국 수뇌부들의 모습이 주된 이야기다. 오는 3월 개최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작품 모두 유력 후보로 거론돼 비교하며 보는 것도 큰 재미다.

1940년 5월 나치는 유럽 대륙을 장악하고 영국 본토 입성을 눈앞에 둔다. 영국 의회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당적 수상(首相)을 내세우기로 하고, 전 해군부 장관 ‘윈스턴 처칠’(개리 올드먼 분)을 양당 합의로 총리 자리에 앉힌다. 최악의 상황 속에 국운을 책임지게 된 처칠은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에 40여만명에 연합군이 독일군에 포위돼 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는 전멸의 위험을 무릅쓰고 덩케르크에 갇힌 군인들을 철수시킬 것을 지시하지만,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히틀러와의 평화 협정을 주장하는 이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고뇌하기 시작한다.

처칠은 작품 속에서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왕도 그를 겁낼 정도로 화를 잘 내는 다혈질에다, 무뚝뚝하며 시가를 입에 달고 살고, 손등이 밖을 향하게 승리의 ‘브이’(V)를 그리는 괴팍한 성격을 지녔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이는 유능한 정치가이자, 달변가, 명문장가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이런 처칠의 고뇌를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영화 ‘남한산성’ 속 인조가 떠오른다. 잠깐의 수치냐 국민의 생명이냐를 두고 갈등하던 무능한 인조와 달리 처칠은 반대파를 잠재우고 과감한 결단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내적 갈등을 겪지만 결국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특히 처칠로 분한 게리 올드만의 명연기를 통해 작품의 감동은 배가 된다. 올드만은 자신을 지우고 철저히 처칠 속으로 들어갔다. 숱이 적었던 머리를 만들기 위한 삭발을 감행했고 육중한 몸을 재연하고자 폼바디슈트와 3시간이 걸리는 분장을 했다. 뭉개진 발음과 탁한 목소리, 구부정한 자세와 독특한 걸음걸이, 시가를 든 손모양과 사소한 제스처까지 완벽하게 재현하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이로 인해 1월 7일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오스카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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