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를 넘어 가까운 사이는 ‘친구’
나이 차를 넘어 가까운 사이는 ‘친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1.26 10:55
  • 호수 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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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인 노인과 청년이 있다. 두 사람은 우연히 서로 바둑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주 왕래하며 가까워졌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함께 식사하고 가끔은 국가대표 축구팀의 A매치를 함께 관람하며 목놓아 한국팀을 응원했다. 청년은 부모님만큼이나 노인을 신뢰하게 됐고 자신의 고민을 허물없이 털어놓았다. 노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를 했고 청년은 해방감을 느꼈다. 

여기서 두 사람의 관계는 무엇일까. 1번 이웃, 2번 멘토와 멘티, 3번 친구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이런 질문은 받는다면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1번과 2번 사이에서 갈등할 것이다. 두 사람의 나이 차때문에 3번은 애초에 고려하지 않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여행이라는 컨셉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최근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후퍼의 친구들이 출연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친구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30대인 제임스가 친구의 아버지인 60대 데이비드를 초청한 것이다. 아들의 친구와 친구의 아버지로 만난 제임스와 데이비드는 서로 마음이 통해 친구가 된 것이다. 

우리에겐 이색적이지만 서양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두 사람이 허물없이 대화하고 장난을 치며 여느 친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줘 훈훈함을 자아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특하게도 동갑내기가 아니면 친구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나이 차가 나면 형, 동생 혹은 선후배 사이로 정리된다. 친구의 부모랑 가깝게 지내도 친구는 아니다. 서로에게 자식의 친구와 친구의 부모일 뿐이다. 

간혹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개그의 소재로 ‘빠른년생 친구’의 ‘빠른년생 친구’랑도 친구가 됐다는 푸념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개족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제임스와 데이비드가 볼 때는 이해하기 힘든 문화일 것이다. 

망년지교(忘年之交)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나이 차이(差異)를 잊고 허물없이 서로 사귐’이란 뜻으로 죽마고우와 같은 친구의 의미다. 아주 오래 전 동양에서도 나이는 친구의 걸림돌이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대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그 이유로 불통을 꼽는다. 제임스와 데이비드가 보여준 것처럼 해결법은 간단하다.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가 되면 된다. 하지만 그 간단한 일을 실행하기가 어렵다. 노인과 청년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보이지 않는 고정관념이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제임스와 데이비드가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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