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지나온 길
생각 없이 무심코 지나온 길
언제가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나에게 또 너에게
이채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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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일이나 날들도 저와 같지 않을까. 살얼음이 낀 줄도 모르고 생각 없이 무심코 건너다 낭패를 당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알지만 건너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있고, 모르고 건너다 그만 발이 빠져 절망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늘 조심하면서 조바심을 내면서 살아도 지나놓고 보면 거기서 다 거기인 것만 같다. 그때는 몰랐는데 언제가 어쩌면 그리도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인지, 아련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고. 그대는 지금 어떠신가요? 발밑이 안전해서 아무 근심 없이 하루가 평안하신지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 서 계신가요? 오늘 하루가 힘들고 지친 날에 꺼내볼 수 있는 맑고 따뜻한 하루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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