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아재들의 전유물서 국민 취미활동으로
낚시, 아재들의 전유물서 국민 취미활동으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1.26 13:37
  • 호수 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낚시 예능 방송이 인기를 끄면서 덩달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취미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낚시 열풍을 견인하고 있는 예능방송 ‘도시어부’
최근 낚시 예능 방송이 인기를 끄면서 덩달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취미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낚시 열풍을 견인하고 있는 예능방송 ‘도시어부’

‘삼시세끼’, ‘도시어부’ 등 방송 인기 타고 낚시인구 700만명 넘어

‘낚시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 깨… 관련 도서 판매 급증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처음에는 남자친구를 따라왔는데 이제는 제가 먼저 가자고 해요.”

이성은(31)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지난 1월 20일, 서울 먹골역의 한 낚시카페를 찾았다. 지난해 끌려가다시피 처음 방문해 손맛을 본 후 함께 즐기는 취미가 된 것이다. 이날 낚시카페에는 이 씨 커플 외에도 20대 여성부터 50대 남성까지 10여명이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곳곳에서 잡았을 때의 환희와 놓쳤을 때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잡은 물고기 숫자는 저마다 달랐지만 모두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이 씨는 “남자친구보다 많이 잡는 날이 많다”면서 “낚시는 실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이라고 극찬했다.  

중년 남성 즉, ‘아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낚시가 최근 방송프로그램의 인기를 타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취미 활동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낚시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해양수산부가 만 19~79세 성인 가운데 1년에 한 차례 이상 낚시를 한 사람의 숫자를 집계한 결과 1990년 325만명으로 추산됐던 낚시 인구는 2016년 기준 767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2010년 3992척이던 낚시어선은 2016년 4500척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낚시어선 이용객 수도 224만여명에서 343만여명으로 증가했다. 명실공히 낚시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낚시 열풍을 일으킨 건 tvN ‘삼시세끼 어촌편’과 이하늘을 ‘낚시아이돌’로만들어준 EBS ‘성난 물고기’, 채널A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다. 낚시는 방송가에서 인기 없는 아이템이었다. 아재들의 취미라는 인식이 강해 주로 여성시청자들이 채널 선택권을 쥐고 있는 예능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2015년 방영된 삼시세끼 어촌편이 인기를 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승원, 유해진, 이서진, 에릭 등 인기 연예인들이 여름과 겨울 바다에서 한가로이 망중한을 즐기며 틈틈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매력을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도시어부’다. 고정 출연자인 배우 이덕화, 개그맨 이경규, 래퍼 마이크로닷과 게스트가 바다낚시를 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담는다. 자극적이고 작위적이지 않은 설정, 낚시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9월 첫 방송 될 때만 해도 개그맨과 배우, 그리고 래퍼라는 다소 생소한 조합 탓에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예상 외로 큰 호응을 얻게 된 것이다. 

매회 장소를 바꿔 낚시를 하고 잡은 물고기로 요리를 하는 패턴을 반복하면서도 매회 색다른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진 낚시 방송과 확실한 차별점을 두면서 예능적 재미를 유발한 것이 주효했다. 낚시를 할 땐 진지하게 임하다가, 중간 중간에 몰래카메라 이벤트, 자존심이 걸린 낚시 대결, 낚시 후 펼쳐지는 생선 요리 쿡방 등이 웃음을 자아낸 것. 또 이경규(58)와 이덕화(66) 등 아버지뻘과 20대인 마이크로닷이 허물 없이 지내는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낚시 열풍은 낚시 도서 판매 증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낚시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 간 판매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예스24에서도 같은 기간 45.1% 늘었다. 낚시 도서를 읽는 독자는 30~40대 남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체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초보자를 위한 낚시 가이드북이 특히 인기가 좋다. ‘바다낚시 첫걸음’은 초보자를 위한 대표적인 낚시 가이드북이다. 우리나라 바다낚시 대상어 50여 종의 생태 및 습성, 멋지게 낚아 맛있게 먹는 법까지 설명한다. 갯바위, 방파제, 선상 등 낚시를 하는 장소는 물론 찌낚시, 맥낚시, 던질낚시, 외줄낚시, 루어낚시 분야를 사례별로 소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최고의 은어 낚시꾼으로 평가받는 히라이 간지의 ‘은어낚시 첫걸음’도 인기 도서 중 하나다. 초심자를 대동하고 낚시를 하듯이 기초부터 사례별 기법을 가장 알기 쉽게 꼼꼼하게 정리했다. 

관련용품 판매도 부쩍 늘었다. 온라인 오픈마켓 G마켓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낚시 관련 용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영하권 한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매출이 6%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이 코앞이었던 지난해 11월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 급증해 낚시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가짜 미끼를 쓰는 루어낚시 세트 판매량은 30% 증가했다. 루어낚시 관련 소품은 84%, 물고기 모양 가짜 미끼인 ‘에기’는 판매량이 96%나 늘었다. 초심자들이 지렁이·생선조각 등 미끼를 갈아주는 데 부담을 느껴 상대적으로 편리한 루어낚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꽁꽁 언 강에 구멍을 내고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얼음 끌과 드릴은 318%라는 엄청난 신장률를 기록했다. 민물낚시 세트 역시 판매량이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낚시를 콘텐츠로 삼은 대표 겨울축제인 얼음나라 화천산천어축제는 4년 연속으로 관광객 15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역대 최다 관람객이 몰리면서 낚시 열풍을 견인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