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에서 밀려난 외마리 고기같이 빙빙 도는 미란을 쫓으면서 현마는…
떼에서 밀려난 외마리 고기같이 빙빙 도는 미란을 쫓으면서 현마는…
  • 글=이효석 그림=이두호 화백
  • 승인 2018.02.02 13:13
  • 호수 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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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장편소설 화분 [72]

현마는 닥치는 대로 세 사람을 붙들어서는 팔목을 쥐고 발등을 밟고 하는 통에 나중에는 그에게 붙들리지 않으려다가 그대로 까막잡기가 되어 버렸다. 현마는 손수건으로 두 눈을 싸매고 방구석으로 몰려다니는 세 사람을 잡으려고 팔을 벌리고 어둠 속을 더듬게 되었다.
“두 눈을 싸 매 고 내 찾으 랴는 것 그 무엇이냐……”
소리를 높여 타령을 시작하면서 조심스럽게 발을 떼 놓는다.
“……눈은 어둡구 앞은 맥히구 날은 저물구 길은 먼데 내 찾 으 랴 는 것 무엇 이며 내 원하 는 것 무엇 이냐 꼭 한 가지 원하 는 것 무엇 이냐 자나 깨나 원하는 것 무엇 이냐 자내 깨나 원하는 것 무엇 이냐 하늘 에두 말 못 하구 땅에 다두 말 못 하구 달에 다두 말 못 하구 새에 게두 말 못 하구 맘속 에만 파묻어 두구 내 일상 바라 는 것 무엇 이냐…….”
“취했어 취 했 어 잠 꼬 대 를 하나 성주 풀이를 하는 셈 인가 경 상도 안 동 땅에……”
세란 자신 취해서 비틀거리다가 벽에 면상을 부딪치고 비틀비틀 되밀려 나오는 것이었다. 뒤를 따르는 현마도 같은 벽에 호되게 맞치면서 쓰러지더니 털고 일어나 여전히 중얼거린다.
“……황금 이냐 아니 로다 권력 이냐 아니 로다 부귀 두 아니요 영화 두 아니요 내 일생 원 하는 것 아무 게두 말 못할 내 맘 속에 만 감 돌구 있는 것 생각 만 해두 무안 하구 무섭구 그러 나 내 목숨 있는 동안 자나 깨나 뗄수 없는 생각 이 몸이 멸망하기 전에는 어쩔 수 없는 생각 성인 군자의 맘 내 모르고 석가 예수의 속 내 몰라 두 범부 의 이 내 마음 거짓없는 이 내 마음 어쩌는 도리 없도 다…….”
“수수꺼낀 가 장타령 인가. 그럼 난 여자의 맘을 일러 주지. 여자 가 세상에서 제일 원하는 게 무엇 인데. 어디 어디 알아 보면 용 하지…….”
휘젓거리다가 세란은 의자를 차면서 쓰러진다. 현마 또한 밀리는 의자에 다리가 걸려서 쓰러지면서 세란을 잡아 버렸다.
“여자 가 제일 원하 는것 그까짓 걸 모를 까바. 사내를—쵸-서 가 머랬드라――옳지 사내를 깔랴 는것, 내주장 해 보랴 는것, 에잇 싫다 세상에서 여편네 같이 시들 한게 있을까. 늘 신는 구두 식성없는 아침 상 빛 낡은 옥편책 중한지는 모르나 시들 하고 김 빠진 것 내 원하 는 것 그것 아니다 물러 가라 내 앞을 막지 마라 내 찾는 건 아직 멀다…….”
밀쳐 버리는 바람에 세란은 마루에 코를 박고 넘어졌으나 혼몽한 속에서 무엇이 무엇인지를 분간하지 못하며 세상이 돌아가는지 섰는지 자기를 밀친 것이 천사인지 악마인지 아물아물하는 의식 속에서 두 눈을 가슴츠레 뜨고 있을 뿐이었다. 고기 떼같이 함께 몰려다니고 있던 죽석은 의식이 혼몽한 속에서도 온전히 정신들을 잃은 미친 짓들에 겁이 나면서 그만 침실로 숨어 버릴 양으로 세란의 팔을 끄는 것이었다. 떼에서 밀려난 외마리 고기같이 아직도 의자 좌우로 빙빙 도는 미란을 쫓으면서 현마는 여전히 웅얼거린다.
“솔로몬 이 부럽 다면 그의 왕위 아니요 그의 보물 아니요 그의 지혜 원할 소냐 내 탐내구 부러 워 하는 건 그의 사랑 수많은 사랑 이로다 무수한 아내 로다 그의 행복 속에서 가장 행복된 것이 사랑 이로다 내 솔로몬 되기를 원하나 원하는 사랑 한가지두 얻지 못했도다 그를 생각할 때 내맘 뛰구 내 속 타다 흡사 내 고향 인듯 그걸 생각 할때 슬퍼 지구 눈물 지다 고향  떠나 살수 없는 듯 근심에 차서 가슴 쓰리 도다 밤중에나 새벽에나 아이같이 눈물 지으며 먼 하늘 바라 보구 먼 별 생각 하며 고향을 얻을날 원 하도다…….”
죽석은 세란을 데려다 눕히고 자기도 침실에 들어가 문을 닫아 버린 뒤였다. 그제서야 미란도 자기 혼자만이 남아서 쫓기고 있는 것을 깨닫고 멋도 없거니와 지치기도 한 판에 현마에게 항복을 하고 화평을 구하려고 했다.
“우리두 그만들 두어요. 밤두 깊었으니 어서들 쉬세요.”
“나는 항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 평생을 걸려서두 찾을 건 찾구야 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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