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알렉산더 지라드’ 전, 목각인형으로 유명한 美 디자이너
예술의전당 ‘알렉산더 지라드’ 전, 목각인형으로 유명한 美 디자이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2.02 13:43
  • 호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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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가구 등 다방면 작품… 민속공예 수집품 인상적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2016년 5월 서울옥션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경매에서 각티슈 크기 만한 베어브릭(곰인형 피규어)이 출품됐다. ‘AG 스타즈 400%’라는 이름의 이 베어브릭은 푸른색 바탕에 흰색 별이 촘촘히 그려진 제품으로 20만원으로 시작해 30회나 응찰이 이뤄진 끝에 101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비슷한 크기의 베어브릭이 10만원 이내로 거래되지만 이 제품이 10배 비싸게 팔린 이유는 하나였다.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라 불리는 알렉산더 지라드(1907~1993)가 디자인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베어브릭을 비롯해 알록달록한 목각인형을 디자인해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알렉산더 지라드의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3월 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디자인 한 텍스타일(직물), 가구, 수집품, 장식소품 등 700여 점을 선보인다. 

1952년부터 1971년까지 미국의 유명 가구회사인 허만 밀러(Herman Miller)사에서 일하며 수많은 텍스타일을 디자인하며 명성을 쌓은 지라드는 이후 인테리어, 건축, 가구, 소품 등 폭넓은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겼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상업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건축, 상업, 생활문화 전반에 이른 알렉산더 지라드의 디자인 세계를 총망라한다. 먼저 1부에서는 알렉산더 지라드의 드로잉과 수집품들을 보여준다. 지라드가 AA 건축학교 재학 시절 그린 수채화부터 ‘아프리카 춤’, ‘스툴’ 등 가볍고 일상적인 움직임을 따뜻한 감성으로 채운 작품들은 화가로서 그의 재능을 보여준다. 풍부한 색감으로 표현한 ‘정원 전시관을 위한 드로잉’, ‘꽃다발과 벽부조’ 등의 작품은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또 1929년 자신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구이도 우지엘리 아파트(1939), 맨하탄 아파트(1935)까지 이르는 디자인 프로젝트에서는 그의 상업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어지는 ‘컬러, 패턴, 텍스타일의 동선’에선 그의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선과 색, 배열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라드가 허먼 밀러사의 직물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면서 디자인한 텍스타일과 월페이퍼(벽지)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트라이앵글’, ‘리본’, ‘데이지’ 등 구상적이고 유기적인 디자인에서 기하학적 추상 패턴까지 그의 개성이 담긴 디자인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지라드의 다재다능한 디자인 세계는 1965년 브레니프 항공사와 만나 만개한다. 7가지의 색상으로 기업의 로고부터 글씨체, 비행기의 외관과 내부, 식기, 티켓, 짐표, 배지 등을 총망라한 토탈 디자이너로서 기질을 가감없이 발휘한다. 이는 3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렬한 느낌을 주는 항공사 로고부터, 무채색의 항공사 담요 패턴,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지라드의 천재적인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공간을 채운다. 

4부 ‘수집과 설치’ 테마에서는 약 10만 점 이상의 민속공예 수집품 중 일부를 공개한다. 해골, 빠삐용(코사레 인형), 짚으로 만든 기차 등 그에게 영감을 준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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