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하나로 승부” 식빵전문점 창업열기 뜨겁다
“식빵 하나로 승부” 식빵전문점 창업열기 뜨겁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2.02 13:52
  • 호수 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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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고구마 등 속재료를 채운 2900원 짜리 각종 식빵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빵전문점이 최근 창업시장의 유망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학로의 한 식빵전문점에서 사람들이 갓 나온 식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밤, 고구마 등 속재료를 채운 2900원 짜리 각종 식빵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빵전문점이 최근 창업시장의 유망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학로의 한 식빵전문점에서 사람들이 갓 나온 식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식빵 한 개에 2900원… 밤·고구마·초콜릿 등 채워 식사 대용으로 인기

창업 비용, 7000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 1인 창업시 노동강도는 센 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5분 후에 막 구운 식빵이 나옵니다.”

지난 1월 30일, 서울 대학로의 한 식빵전문점에서 점원의 말이 끝나자 인근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줄을 서기 시작했다. 금세 20명 가까이 늘어선 사람들은 눈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어 가게 문이 열리자 하나둘씩 입장해 빵을 구입했다. 하나만 구입하는 사람은 없었다. 보통 두 개 많게는 6개까지 구입했다. 대학생 임선영(23) 씨는 “일반 식빵과 달리 초콜릿 등 좋아하는 재료로 속이 꽉 차 있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고 값도 싸 자주 구입한다”고 말했다. 

조연에 불과했던 식빵이 각종 재료로 속을 채워 제빵업계 주연으로 변신해 최근 창업시장의 뜨거운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식빵만 주로 파는 ‘식빵전문점’이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식빵 프랜차이즈만 10여개 등장

현재 수도권 대표 상업지구에 1개 이상씩 들어선 식빵전문점은 매장마다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긴 줄이 늘어서 2016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대만카스테라 열풍을 연상케 하고 있다. 식빵전문점 프랜차이즈는 ‘블럭제빵소’ ‘또아식빵’ ‘식빵공방’ ‘엣지브라운’ ‘식빵공장’ ‘빵선생’ 등 브랜드만 1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가맹사업을 본격화해 현재 전국에 약 300여개 매장이 성업 중이다. 매장마다 긴 줄이 늘어선 덕분에 가맹 문의가 빗발쳐 매달  40여개씩 가맹점이 급증하고 있다. 

식빵전문점의 인기 비결은 먼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어난 데 있다. 기존 토스트용 식빵은 빵을 굽고 잼이나 샐러드 등을 챙겨야 돼 번거로웠지만 전문점에서 파는 식빵은 밤, 치즈, 크랜베리, 초코 등 속재료가 풍부해 손으로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다. 냉동실에 넣어뒀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갓 구운 빵처럼 촉촉해져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보관이 용이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2900원 내외로 저렴하다. 식빵만을 전문화한 점도 성공 비결.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동네 상권을 장악한 가운데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소 자영업자가 정면 대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식빵만 전문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문성도 높이고 단가도 낮춰서 맛과 가격 면에서 뒤처지지 않게 된 것이다. 

빵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하루 종일 식빵만 반복해서 만들기 때문에 본사에서 2주간만 교육을 받으면 초보자도 1~2개월 만에 숙달할 수 있다. 단, 제빵사를 두지 않고 점주가 직접 빵을 구울 경우 생각보다 노동 강도가 높다. 빵 공장에서 기계로 생산한 뒤 냉동생지 형태로 납품하는 대기업 빵집과 달리, 밀가루 반죽과 성형(반죽으로 빵 모양을 빚는 과정), 발효, 굽기 등의 빵 제조과정을 모두 매장 내에서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빵을 반죽, 성형하는 전처리 과정에만 매일 2시간씩 걸린다”면서 “1인 창업 시에는 이를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비용도 저렴하다. 식빵전문점은 대부분 포장 판매(take-out)여서 10평 안팎 소규모 점포로 창업이 가능하다. 냉장·냉동고, 데크오븐, 발효기, 믹서기, 진열대 등 각종 장비와 인테리어비, 가맹비와 교육비를 다 더하면 5000만~7000만원대 비용이 든다. 서울 시내 B급 상권에 출점한다면 보증금과 권리금 등 점포 비용을 다 더해도 1억원대 초반에 창업이 가능하다. 

매출의 20%정도가 점주 몫

밀가루, 속재료 등 식자재 원가율은 대체로 40% 안팎이다. 여기에 임차료와 광열비 등 기타 잡비를 제하면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25% 정도. 월매출 1200만원이면 300만원이 점주 몫으로 남는다. 이를 위해선 하루에 3000원짜리 작은 식빵 130개 또는 5000~6000원짜리 큰 식빵 70~80개를 팔아야 한다. 대부분 둘을 섞어 파니 매일 식빵을 100개 정도는 팔아야 하는 셈이다. 단, 이는 제빵사를 고용하지 않고 점주가 직접 빵을 구워 파는 1인 창업의 경우다. 제빵사를 1명 고용하면 하루 70만~80만원, 2명 고용하면 100만원 이상의 일매출을 올려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1인 창업 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일매출 40만원 이상을 올려야 한다. 

대만카스테라처럼 반짝 유행하고 끝날 거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식빵이 주식(主食)의 일종인 만큼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업계는 기대하고 있지만 저가 주스, 핫도그처럼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적잖다. 

벌써 일부 역세권에는 반경 300m 안에 대기업 빵집과 식빵전문점이 10여개 난립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식빵은 단일 메뉴인 데다 인기가 많은 치즈·초코·밤식빵도 대부분의 빵집 매장에서 팔고 있어 차별화도 쉽지 않다. 

강병오 창업학 박사(FC창업코리아 대표)는 “식빵은 제조법이 단순하고 값이 저렴한 데다 주식이어서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는 대만카스테라보다는 경쟁력이 있다”면서 “다만 창업 시 프랜차이즈 본사의 품질 관리와 신메뉴 개발 등 차별화 역량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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