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시린 말
응달진 가슴 한 구석
시린 말의 씨앗들 숨어 있다
울컥 뒤틀리는 마음의 틈새 냉큼 비집고 나와
뾰족하게 자라난 말의 독성은 치명적
따순 햇살로도 치유가 쉽지 않다
권현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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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응달진 마음일수록, 관계가 멀어지고 소원해질수록 시린 말은 싹을 틔우고 점점 자라 독을 잔뜩 품고 사람을 향해 그 독설을 날리는 건가요. 깊숙이 찌른 말은 가슴에 깊이 박혀 온 몸을 얼어붙게 하겠지요. 그 어떤 따뜻한 햇살로도 녹일 수 없는 저 무서운 시린 말을 어쩌면 좋나요. 나에게도 너에게도 상처로만 남을 시린 말을 끊어버리고 녹여낼 방법은 온기뿐이라는 걸 다 아는데 아직은 엄동설한, 봄은 너무 멀리 있네요. 시린 말에도 씨앗이 숨어 있듯이 아무리 추운 눈발 속에도 봄의 씨앗은 봄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제 아무리 독한 성질을 지닌 말이라도 따순 말 앞에서는 맥을 못 출 거에요. 그러니 응달진 마음속에 따순 말을 저장해놓고 조금씩 나누도록 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도록 해요. 그러면 이 추운 겨울도 금방 지나고 조금은 살만한 봄이 오지 않을까요.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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