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농아와 괴생명체의 감동적인 교감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농아와 괴생명체의 감동적인 교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2.09 13:43
  • 호수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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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소외를 넘어선 사랑… 아카데미 13개부문 후보에

지난해 9월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사자상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길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에 대한 찬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미 골든글로브 주요부문을 휩쓸고 3월 4일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상 최다인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보다 앞선 2월 22일 이 작품이 국내에 공개된다.

평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왔던 델 토로 감독이 이번 작품에선 완성도 높은 환상적인 세계를 선보인다.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는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웃집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 자일스와 같이 일하는 동료 젤다는 그녀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다. 어느 날 아마존에서 잡은 특이한 괴생물체가 실험대상으로 잡혀 들어온다. 엘라이자는 그에게 호기심을 느껴 주위를 맴돌고 그와 교감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전직 군인이자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성격을 지닌 실험실의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는 소련과의 기술 전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괴생명체를 해부하려 한다. 엘라이자는 연구 담당자이자 소련의 첩자인 호프스테틀러 박사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일시적으로 막는데 성공하지만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작품의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랑이다. 사랑에는 종류가 다양하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친구나 가까운 사이의 친밀한 교류도 사랑으로 분류한다. 광적인 집착도 부적절하지만 사랑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번 작품은 엘라이자와 괴생명체를 중심으로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괴생명체는 깊은 물 속에 사는 반인반어로 아마존 부족에게 신처럼 숭배받는 신비로운 존재이다. 두 발로 설 수 있지만 물 밖에서는 오래 있을 수 없다. 엘라이자처럼 다소 불완전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여성인 ‘엘라이자’ 역시 말을 하지 못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소외당했다. 이런 두 사람이 보여주는 진실하고 완전한 사랑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일스와 젤다가 엘라이자를 향해 보여준 우정과 헌신은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 동성애자인 자일스와 흑인인 젤다는 엘라이자보다 더 극심한 차별을 받아야 했다. 1960년대 미국은 흑인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다. 단지 까만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로 식당 출입을 거부당했다.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 역시 마찬가지다. 탄압을 받는 세 사람이 보여주는 우정은 또하나의 사랑으로 깊은 인상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엘라이자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의 호연이 빛났다. 샐리는 수화로 대사를 대신하면서도 놀라운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조용한 듯하지만 사랑에 관해선 누구보다 열정적인 엘라이자를 완벽히 연기하면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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