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노인 일차보건의료 발전 전망’ 토론회 “칩거노인 124만명… 노인주치의제 활성화 시급”
국회 ‘노인 일차보건의료 발전 전망’ 토론회 “칩거노인 124만명… 노인주치의제 활성화 시급”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2.09 13:55
  • 호수 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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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주치의제가 칩거노인 환자와 대형병원 쏠림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노인 일차보건의료 발전 전망’ 토론회의 모습.
노인주치의제가 칩거노인 환자와 대형병원 쏠림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노인 일차보건의료 발전 전망’ 토론회의 모습.

의료접근성 높이는 가정방문 주치의 필요… 대형병원 쏠림도 막아

70세 전후 건강관리 중요… 지역사회 연계한 의료지원팀 구성해야

[백세시대=이영주기자]

김 모(78‧여) 어르신은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불면증, 퇴행성관절염 등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4곳의 병·의원(내과, 정형외과, 신경과,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매일 16가지의 약을 복용해 오다가 최근 몸에 기운이 없고 어지럼증, 붓는 증상, 속쓰림 등이 심해져 대학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중복되거나 노인에게 부적절한 약물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의심됐다. 병원은 16가지의 복용약물을 5가지로 줄이도록 조치했다. 2주 후 김 어르신의 병세는 크게 호전됐다. 

김 어르신과 같이 노인 환자 대부분은 여러 가지 질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한 곳에서 통합 치료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픈 증상에 따라 여러 곳의 병원을 찾아 다녀야 한다. 나아가 거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몸이 아픈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집안에 고립돼 있는 이른바 칩거노인 환자들은 한 곳의 병원을 다니는 일도 어려운 실정이다. 장숙랑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칩거노인 수는 124만명으로 추산된다. 

김 어르신과 같은 경우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대형 병원을 찾는 것만이 답일까? 병에 걸린 칩거노인은 또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 걸까? 

정부와 의료계는 노인주치의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양승조 의원(더불어민주당) 공동 주최의 ‘노인 일차보건의료 발전 전망’ 토론회에서다. 

노인주치의 제도는 동네의원 의사가 정기적으로 칩거노인 등의 가정을 방문해 상담하고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노인주치의 제도가 칩거노인 환자와 대형병원 쏠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주치의 제도는 특정 지역에 한시적으로 운영될 뿐이다.

◇노인주치의제 활성화 시급 

“노인을 위한 일차의료는 가정방문에서 시작돼야 한다.” 장숙랑 교수는 토론회에서 미국의 노인병전문의 키노시안(Kinosian)의 말을 인용하며 노인주치의 제도가 가정방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방문이 칩거노인에 대한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접근성 증진 외에도 가정방문은 △응급의료이용, 불필요한 입원 등 보건의료비 감소 △통합적이고 연속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진료과정에서 자기선택에 대한 존중 등을 제공한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교실 노인병클리닉 교수는 “여러 가지 병이 있다고 여러 명의 의사에게 치료받을 경우,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약물도 과다처방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노인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노인에 한해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일까. 노인 환자의 경우 다양한 만성병을 가지고 수시로 건강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노인은 아픈 곳이 없다고 건강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동네의원의 이론적인 특성은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를 가장 먼저 만나 진료하고, 환자와 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해 주민에게 흔한 건강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라며 “이는 노인의료의 특성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세심한 진료가 필요한 어르신은? 

동네의원은 어떤 환자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걸까? 윤 교수는 노인의학적 관점에서 세심한 진료가 필요한 경우를 10가지로 제시했다(표 참조). △여러 가지 주요 만성병을 동시에 앓는 경우 △복용약이 너무 많은 경우 △쇠약하고 우울해 보이는 경우 △통증이 자주 생기는 경우 등 10가지 항목에서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어르신이라면 종합적인 노인의료 상담이 필요하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연령별로는 70세 전후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윤 교수에 따르면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수가 70세에 가장 많았으며 80세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70대에 건강관리를 하지 못한 환자가 사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준비된 인력 활용하고 지역사회 연계해야 성공

노인주치의 제도가 성공하려면 의사 개인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의사, 노인전문간호사, 의료보조인력(운동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 사회복지사, 행정보조인력, 자원봉사자 등이 팀을 이뤄 활동해야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사회 연계도 중요한 부분이다. 신체적, 정신적 치료뿐 아니라 장기요양 계획 등 사회적인 도움과 복지서비스가 이뤄져야 환자의 신체 기능 회복이 빨라서다.  

김희걸 한국지역사회간호학회 회장은 토론회에서 “노인주치의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가정에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방문간호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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